만화/일본 만화

잘 알고 지내는 일본 분이 블로그에 제 이야기를 써주셨는데….

mirugi 2007. 8. 19. 14:03

작년 초, 전부터 알고 지내던 일본의 어느 만화 연구자에게 부탁해서 〈만화사연구회〉라고 하는 일본의 만화 연구 모임에 찾아갔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친하게 지내는 일본의 만화 연구자 상당수가 〈만화사연구회〉 소속이고, 또 제가 번역에 참가했던 『망가 세계 전략』이란 책의 저자이신 만화평론가 나츠메 후사노스케씨라든지 다른 유명한 만화계 분들도 참가하고 있는 모임이죠.

 

다만 뭔가 모임을 만든다면 반드시(?) 최종적으로는 어딘가에 정식 등록을 하고자 하는 국내와는 달리, 일본의 모임은 어디까지나 그냥 ‘재야’의 모임이고자 하는 점이 다르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 〈만화사연구회〉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기존 회원의 추천만으로 누구나 참가 가능하고, 오프모임에도 참가하고 싶은 사람만 참가하고 싶은 때에 가면 되는 식의 느슨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꼭 만화평론가나 학계의 사람이 아니라, 그냥 만화에 관심이 있으면 학생이든 개인이든 아무나 다 참가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외국인인 저도 참가했던 것이고요. 오프모임에서도 누군가가 발표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발표를 하고, 없으면 그냥 각자 대화를 하며 정보 교환을 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던데요. (참고로 저도 이런 방식의 모임을 국내에서 만들고자 생각하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그 모임에 참석하고 2차로 식사 자리를 하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새로 만난 분들과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중에, 오늘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블로그의 글을 써주신 카와하라 카즈코씨가 있었던 것입니다.

 

 


 

 

카와하라 카즈코씨는, 본인 블로그의 소개에 따르면 유치원 교사, 학교 사무원, 애니메이션 회사의 홍보 업무 등을 거쳐 현재 프리랜서로 만화에 대한 에세이나 칼럼을 쓰고 계신 분인데요. 얼마 전 일본의 시와 비평지 「유레카」(저도 예전에 기고한 적이 있었던 잡지)의 특집호인 「유레카 2007년 6월 임시증간호 부녀자(후죠시) 만화 대계」에도 기고를 하셨습니다.

 

그런 카와하라씨와 처음 만나, 다른 분들과 함께 서로 인사를 하고 이런저런 만화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온 외국인인 관계로 자연스럽게 어떤 일본만화를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계셨는데요. 저는 언제나 그렇듯이, 일본만화든 다른 어떤 만화든 이에 관한 답변은 오직 하나, “좋아하는 작품이 너무 많아서 답변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작품이 아니라 장르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가기 마련인데요. 그런 이야기 중에 BL(보이즈러브)에 관한 화제가 나왔던 것입니다. 바로 그 날의 그런 대화에 관해서, 카와하라 카즈코씨가 본인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관련글:한국 온라인서점에서, 일본 BL작가의 사인을 (2007.08.03/망가러브)

http://mangalove.seesaa.net/article/50131205.html

 

 

이 글은 본래, 제가 메일로 카와하라씨에게 알려드린 정보, 즉 ‘한국의 온라인서점 리브로에서 일본 BL작가의 사인을 구매자에게 증정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씌어졌는데요. 그것은 카와하라씨가 그 사인 증정하는 BL작가 중 한 명인 니시다 히가시씨의 팬으로서, 제게 니시다 히가시 작품인 『사랑을 합시다』를 추천해주셨기 때문에, 관심이 있으실 것 같아서 알려드렸던 것입니다. (게다가 니시다 히가시씨를 비롯하여, 몬치 카오리, 우메 타로 등 3명의 일본 BL작가가 전부, 사인지에 한글로 인사를 써주셨다는 점이 특히 임팩트가 있을 듯 하여….)

 

그랬더니 그 정보를 본인 블로그에 올리고 싶다고 하셔서, OK했더니 저 글을 써주신 것입니다.

 

 


 

 

글의 내용은, 전반부에 리브로의 이벤트에 관해서 설명되어 있고요. 중반부 이후로는 저에 관한 내용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만화사연구회〉에서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인데, 간단히 번역&인용해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본문 중에서 카와하라씨는 저를 ‘선 상(さん)’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 뉘앙스는 ‘선씨’도 ‘정우씨’도 ‘선정우씨’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번역이 곤란하군요. 그나마 가장 가까운, 인터넷 상에서 만난 사람끼리 오프모임을 가질 때에 통상 부르는 ‘정우님’으로 옮겨보았습니다만, 원문은 ‘선 상(さん)’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선정우씨(남성)과는 어느 연구회에서 처음 뵙고 이후 몇 번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만, 아무튼간에 일본만화에 대해서는 모로호시 다이지로부터 『도카벤』까지, 상당한 지식을 가진 분입니다.

 

처음 만난 것은 작년 2월이었는데, 마침 그 날 모임 장소까지 가는 전차 안에서 오자키 미나미 『BRONZE』를 읽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나의 주력 분야(?)로 화제를 끌어가려고

 

“정우님, 오자키 미나미 작품은 읽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라고 가볍게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오자키 미나미 작품은, 동인지인 『독점욕』를 맨 처음에 읽었습니다.”

 

라는 답변이 돌아와서 경악.

 

가벼운 견제구를 던졌던 것인데, 엄청난 기세의 타구가 돌아와서 안면 직격!! …이란 느낌이었습니다. 쿨럭! (토혈)

〈중략〉

 

일본과 한국이란 거리를 전혀 느끼게 하지 않는, 일본만화에 대한 폭넓은 시선, 그리고 매니악한 남성도 좀처럼 커버하지 못할 정도로 BL·야오이 계열까지 확실하게 살펴보고 계셔서, 정말로 대단하다!…고 감탄했습니다.

“웃…!! (눈을 쓱쓱 비비며) 정우님이…, 커다랗게 보인다…!!” (←반쵸(番長)(학교의 ‘짱’) 만화 풍으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선정우씨와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자면, 외국 분과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게 됩니다…….

〈하략〉

 

 


 

 

 

오자키 미나미 작품을 『캡틴 츠바사』 동인지 시리즈 『독점욕』부터 읽기 시작했다는 것은, 12년쯤 전부터 저와 야오이(혹은 BL) 이야기를 해온 한국의 친한 분들이라면 아실 내용이지만, …그 사실이 일본에까지 공개될 줄이야….;;

(저는 어디까지나 리브로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해도 좋다고 했던 것인데, 카와하라씨가 저의 과거 에피소드까지 소개를! …해주셨던 것입니다.;)

 

뭐 공개되어서 곤란한 에피소드인 것은 물론 아닙니다만. (특히나 일본에서는, 글을 쓰는 필자로서는 저런 식의 ‘퍼포먼스’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일본에서의 그런 ‘필자(비평가)와 퍼포먼스’에 관해서는 언젠가 별도의 글로 다시 소개하고 싶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어쨌거나, 대학생 시절 제 젊음의 한 순간을 앗아갔던(?) 오자키 미나미(『독점욕』, 『절애 -1989-』, 『BRONZE』) 에피소드가, ─비록 개인 블로그이긴 하지만─이젠 일본에까지 알려지게 된 mirugi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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