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동인지인쇄업조합〉이 2007년 7월 5일 「성인 대상 장르 분들께 중요한 알림」이란 문서를 통해 동인지의 성표현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동인지인쇄업조합〉 공식 사이트에 밝혀져 있는 「일본동인지인쇄업조합 설립 취의」(2004년 6월 19일 작성)에 따르면, 〈일본동인지인쇄업조합〉은 ‘업계의 확대, 동인지 문화의 지위 향상’을 목표로 설립된 단체라고 한다. 일본의 동인지 인쇄소 전부가 가입되어 있는 것은 아니나 (대형 인쇄소나 필자가 알고 지내는 일본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쇄소도 가입되어 있지 않다), 사이트의 가맹회사일람에 따르면 현재 29곳의 인쇄소가 가입되어 있다.
이 조합에서 2007년 7월 5일 발표한 「성인 대상 장르 분들께 중요한 알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져 있다.
1. ‘외설 도화’에 해당하는 것은 인쇄할 수 없습니다. ‘성기의 노골적인 묘사’, ‘결합부분의 구체적인 묘사’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와 같은 묘사는 수정을 통해 감춰주십시오.
수정은 ‘수정하려고 하는 의지’가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흑색, 백색 등을 통한 명확한 수정을 장려합니다.
수정의 의지가 약하다고 보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주십시오.
특히 최근 디지털화와 더불어, 수정했다고 하더라도 ‘외설 도화’로 판단될 수 있는 위험이 증가했습니다.
본인의 수정 방법을 다시 한 번 검토해주십시오.
수정의 의지가 약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아날로그 원고에 있어서 (아래의 그림이) 비치는 톤의 사용, 데이터 원고에 있어서 미세한 모자이크(특히 칼라 원고에서 생생한 색깔 위에 미세한 모자이크를 덧붙이는 경우)나 회색을 덧붙이는 것, 하프톤으로 감추는 것 등입니다. 이와 같은 행위는 ‘외설 도화’로 판단될 우려가 있습니다.
자신이 없는 경우에는 반드시 당 조합의 인쇄소와 상담해주십시오.
2. 귀하가, 귀하의 책을 성인 대상이라고 판단한 경우, 표지에 성인 대상 마크를 붙일 필요가 있습니다.
성인 마크는 18세 미만에게 반포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이므로, 그 표기는 표지(표1이나 표4)에 붙일 것을 요청합니다.
본인의 책이 그에 상당하는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하는 것에 자신이 없는 경우에는, 상업지의 마킹을 참고해주십시오. 혹은 당 조합의 인쇄소에 문의해주십시오.
3. 판권 페이지에 서클명, 발행인 연락처, 발행일, 인쇄회사명을 반드시 명기해주십시오.
사회를 향해 어떤 형식으로든 표현 활동을 하는 것에는 책임이 발생합니다.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책임을 질 의사가 없다고 보이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의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여져, 엄격한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겨우 판권 페이지’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개인정보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는 현재, 자택주소를 감추고 싶은 서클도 많이 있을 것이라는 점 이해합니다. 그 경우에는 URL이나 메일어드레스를 명기해주십시오.
(하략)
동인지 인쇄소들이 이와 같은 발표를 하게 된 이유에는, 최근 일본 동인지의 표현 수위가 상당히 노골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문제도 있다. 또한 아동포르노 관련으로 일본이 국제사회로부터 지적 당하는 일이 잦아졌고, 그에 따라 성표현에 대한 규제가 심각해지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바는, 일본이 물론 과거에는 한국에 비해 만화에 있어서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했던 것은 사실이나, 무조건 모든 표현이 다 자유로운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주장은 일본 만화계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나가이 고 『파렴치 학원』 문제를 비롯하여 표현의 자유를 위해 투쟁해온 일본 만화계의 많은 분들의 노고를 모독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필자는 과거 부천만화축제(BICOF)의 세미나 「2003 한국만화산업 진흥정책에 대한 진단 및 과제」에서 한국, 일본, 미국의 만화 규제사(史)에 대한 발표를 행한 바 있다. 그때 일본의 만화 규제에 대한 내용도 포함시켰는데, 국내에서는 그와 같은 내용은 크게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필자의 발표가 상당히 독특한 내용이 아니었을까 자평하고 있다. 일본의 만화 규제 역사에 대해 국내에 공식적으로 발표된 자료는 그 정도가 유일한데, 아직까지 단행본으로는 만들어진 바가 없으니 이제 와서 찾아보긴 힘들겠으나 차후 좀 더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여 어떤 방법으로든 서적화해볼 생각이 있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서적화된다면 본 블로그를 통해 소개가 있을 것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계속 주시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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