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정만화 앤솔로지 시리즈인 『순애보』의 두 번째 단행본이 출간되었다. 제목은 『순애보 Ⅱ』(2007년 7월 30일/심혜진·나예리·이현숙·강혜진·이시영·신유하·임주연/대원씨아이).
대원씨아이가 발행하는 순정만화 앤솔로지 시리즈 『순애보』. 작년에 출간된 『순애보』(2006년 1월 30일/김연주·박은아·서문다미·윤지운·이시영·이현숙/대원씨아이) 이후 1년 반만에 두 번째 단행본이 나왔다. 1권에서는 금기된 사랑을 그리면서도 일반적인 '순애'를 그렸던 이 시리즈는, 이번 2권에서 본격적인 BL(보이즈러브)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대원씨아이는 과거에도 『유스(Youth)』(2002년 4월 10일/강현준·나예리·심혜진·이빈·이영유·화선/대원씨아이)와 『유스 2(Youth 2)』(2003년 3월 27일/한승희·이소영·이상은·최경아·고야성·심혜진/대원씨아이)라는 두 권짜리 BL(혹은 야오이) 앤솔로지 시리즈를 낸 적이 있다. 최근에는 「B애(愛)코믹스」란 제목으로 BL코믹스 레이블을 만들기도 했다.
이번 『순애보 Ⅱ』는, 그런 흐름을 이어 새로운 시도를 해본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은, 이전의 『유스(Youth)』 시리즈 때에도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국내 작가들이 '야오이', 혹은 '보이즈러브(BL)'이라고 불리는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부분이 때때로 발견된다는 점이다. 물론 70년대 '소년애' 만화로부터 현대의 '보이즈러브'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에 걸쳐 다양한 장르의 BL 작품을 선보인 역사를 지닌 일본과 일률적으로 비교하긴 어렵겠으나, 동인지 분야에서는 일본의 동인지 못지 않은 재미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것만이 문제의 본질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요는, 장기간에 걸쳐 이어진 성적으로 억압된 사회 분위기에 눌려, 작가나 독자나 '성'을 다루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비단 보이즈러브(BL)만이 아니라 남성 취향의 '에로만화'에도 한국 작가들이 전반적으로 약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 역시, 본인의 추측에 대한 또 하나의 반증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스(Youth)』 시리즈와 이번 『순애보 Ⅱ』에 실린 단편들 중 일부 작품에서는, 충분히 '한국적 BL'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 작가들이 '성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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