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기닷컴】 1867년 미국 최초의 패션지로 탄생되었다는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 한국판의 2008년 5월호에 패션과 관련된 만화를 코멘트했습니다.
▲『하퍼스 바자』 한국판 2008년 5월호. (2008.04.22/촬영:선정우)
『하퍼스 바자』의 잡지 소개문에 따르면, ‘온갖 진기한 물건들이 가득한 시장’이란 뜻을 지닌 패션지 『바자(BAZAAR)』는 130년 이상 세계적인 패션지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고 하는군요. 현재 미국, 영국, 호주,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 일본 등 세계 20개국에서 발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1996년에 한국판 발행을 시작하여 올해로 12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하퍼스 바자』 공식 사이트
http://bazaar.ikissyou.com/aMain/
이 잡지에 패션과 관련된 만화에 관하여 코멘트를 해준 것인데, 덕분에 ‘CONTRIBUTORS’라는 코너에도 이름이 실렸더군요. (패션지라서 그런지 이름이 영어로만 실렸습니다만.)
▲『하퍼스 바자』 2008년 5월호에 실린 소개문. (2008.04.22/촬영:선정우)
…그러나 그 내용이 조금 ‘오버’스러운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한데;;, 저는 그냥 평범한 만화 독자일 뿐입니다. 20년 가까이 만화를 열심히 사모으다 보니, 자연스레 아는 것도 생겨서 이런저런 글을 쓰고 만화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는데요. 어쨌거나 이렇게 봐주신다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는 직접 잡지를 보시길 바라며….)
그나저나, 패션이나 연예는 만화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제 이력을 돌이켜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당장 저만 해도, 만화와 애니메이션 관련된 일만 해왔음에도 패션이나 연예 관련된 업무를 했던 적이 꽤 있거든요.
제가 기고를 했던 잡지 중에도 무가지였던 문화·패션잡지 『BOOM』이나 여중고생들이 주로 보던 연예잡지 『월간 VIEW』가 있었고요. 인터뷰나 코멘트를 했던 잡지로는 이번 『하퍼스 바자』 외에 생활(리빙&라이프스타일)잡지 『월간 까사리빙』과, 패션과 직접 연관은 없지만 건축잡지인 『월간 건축인 poar』와 미술잡지인 『월간 아트인컬처』에 각각 인터뷰가 실린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여성잡지에까지 진출(?)하게 된 셈이죠.
▲선정우 인터뷰가 실린 잡지들. 상단 좌측부터 『월간 BOOM』, 『월간 DVD 2.0』,
하단 좌측부터 『월간 텍스트』, 『월간 건축인 poar』, 『월간 art in culture』.
(2006.08.09/촬영:선정우)
또 2002년에는 SK텔레콤의 여성 전용 서비스 「011 카라(CARA)」의 TV 광고에 일본 애니메이션 『플란더즈의 개』『은하철도 999』『요술공주 세리』의 화면을 사용하기 위한 기획에 참가했던 적이 있는데요. 그때에도 국내 모 유명 광고업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어떤 작품의 화면을 사용할지에 관한 논의부터 실제 계약 작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이것도 패션과는 직접 연관이 없기도 하고, 또 애니메이션과 연관된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한 일이기도 했습니다만 어쨌거나 조금은 독특한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실질적인 진행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일본의 모 패션업체와의 코러보레이션 기획에 참가한 적도 있고요. 이런 경험들을 돌이켜볼 때, 패션이나 연예 관련 분야가 만화나 애니메이션과 거리가 멀다고만은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드라마나 영화, 뮤지컬 분야에선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늘어나고 있기도 하고요.
일본에서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관련된 원고가 전문지만이 아니라 광고 업계 전문지, 미술 전문지, 평론 전문지 등에 자주 실리고, 연예나 생활, 심지어 스포츠 잡지에서도 만화 관련 특집을 기획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덕분에 일본에서는 만화와 패션, 만화와 광고, 만화와 미술 등등을 아예 전혀 다른 분야로 보는 시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일례로 『건축인 poar』에 실린 인터뷰는, 제가 2004년도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제 9회 국제건축전 일본관에 초청작가로 참가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이것만 해도 이미 건축이나 디자인, 미술 등과 전혀 연관이 없는 저와 다른 공동 참가작가들을, 세계적인 건축전에 일본을 대표하는 국가관에 참여시켰을 만큼 개방적인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 싶고요.
예전에 일본의 대표적인 SF상인 《성운상》에 이 《베네치아 비엔날레 제 9회 국제건축전 일본관 전시─오타쿠:인격=공간=도시》가 자유부문 수상을 함으로써 ‘참가작가 일동’으로 한국인인 저까지 수상을 하게 되었던 것에 관해, “어째서 일본에서는 건축 분야에 오타쿠 관련된 전시를 한 것에 SF상을 주는가? 일본에서 SF는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아직까지 일본에서의 SF가 가진 의미라는 거창한 주제에 대해서는 글을 못 쓰고 있습니다만…. 일본 SF계의 분위기가 한국보다는 훨씬 자유롭다는 사실만큼은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두 말할 나위도 없이 당연히 SF이고, 심지어 『인어의 숲』(타카하시 루미코)이나 『우시오와 토라』(후지타 카즈히로), 『그랑로바 이야기』(시토 쿄코), 『카드캡터 사쿠라』(CLAMP) 등과 같은 작품도 성운상 만화부문 수상작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오타쿠:인격=공간=도시》가 《성운상》 자유부문을 수상한 것도 일본 SF계의 그런 분위기를 고려하면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죠.
어쨌거나 다양한 분야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히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여러 분야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의뢰가 있으면 계속해서 가능한 한 받아들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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