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일본 만화

『맵스 넥스트시트』(하세가와 유이치).

mirugi 2007. 9. 15. 23:57

대우주를 무대로 한 ‘스페이스 오페라’ 『맵스(MAPS)』란 작품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하세가와 유이치가 1985년부터 1994년까지 10년간 발표한 만화인데, 본편 전17권, 외전 전2권, 와이드판 전1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장편입니다. OVA(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로도 두 편(하나는 1화, 하나는 전4화)이 제작되어 있죠.

 

인간 여성의 모습을 가진 우주선과, 그 우주선의 분신인 안드로이드라는 독특한 설정. 그리고 지구인 소년이 우주로 나가 전은하의 운명을 건 장대한 서사시를 펼친다는 내용. 어느모로 보나 ‘소년만화’로서 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대작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코믹 NORA」라는 마이너한 잡지에 연재된 바람에 일본에서는 그다지 인지도가 높은 작품은 아닙니다만, 주간 소년잡지에 연재되었다면 틀림없이 대히트를 기록했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좋은 아이디어의 수작입니다.

 

 


 

 

 

그 『맵스』 종료 후 13년. 2007년에 와서 『맵스』의 후속작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이 『맵스 넥스트시트』입니다.

 

2007년 1월 16일부터 일본의 웹코믹 잡지 「플렉스 코믹스 블러드」에서 연재 개시되었습니다. 「플렉스 코믹스 블러드」는 2006년 4월부터 10월까지 소프트뱅크 크리에이티브 출판사에서 간행되던 잡지 「월간 소년 블러드」가 온라인으로 이행하여 2007년 1월 16일 신창간된 웹잡지입니다. 그 잡지의 창간호부터 연재된 셈이죠. 「플렉스 코믹스 블러드」는 일본 최대의 포탈사이트인 「Yahoo! JAPAN」의 「Yahoo! 코믹」 코너에 실리고 있습니다.

 

◆관련사이트:「Yahoo! 코믹」 코너의 「플렉스 코믹스 블러드」 페이지

http://comics.yahoo.co.jp/magazine/blood_0001.html

 

 

『맵스 넥스트시트』의 특징은, 『맵스』의 속편임을 밝히고는 있으나 몇 가지 설정이나 시간 배경이 전작 『맵스』와 이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 있습니다. 게다가 ‘전작 『맵스』와 설정이 이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등장인물들까지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독특하다고 할 수 있겠죠. 바로 그 점이 스토리 상의 수수께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작가 하세가와 유이치는 이 작품에 대해 ‘속편’인지, ‘외전’인지, ‘패러럴 월드’인지에 관해, “그 전부”로 만들고 싶어서 이 작품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전작 『맵스』에 관련된 몇 가지 의외의 소문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맵스』는 당초 작가 하세가와 유이치로서는 1화 완결의 단편으로 생각했던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잡지 마지막 페이지에 ‘다음 회를 기대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써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군요. 편집부 측에서는 창간호에 실린 작품은 전부 연재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는데, 그에 관한 연락이 작가 측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는 겁니다. (일본 편집부에서도 사실 그런 식의 실수는 적지 않습니다.)

 

작가가 끝까지 고집을 피웠다면 『맵스』는 탄생할 수가 없었겠지만, 이런 경우 일본 만화 시스템에서는 작가보다 편집부의 의향이 짙게 반영되는 편입니다. 결국 단편으로 기획되었던 『맵스』는 장편화되었고, 최종적으로 지금과 같은 걸작으로 남을 수 있었던 셈이죠.

 

 

물론 작가 측에서 자신의 고집을 세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역시 위키피디아 페이지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 진위 여부는 제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당초 편집부에서는 이 작품을 『시끄러운 녀석들』(타카하시 루미코)와 같은 ‘SF형 러브 코미디’로 가지 않겠느냐는 타진을 했었다는군요. 하지만 작가로서는 본격 SF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2화에서 주인공들을 우주로 보내버렸고, 결국 편집부는 러브 코미디로의 진행을 포기했다는 것이죠.

 

이 역시도 결과적으로는 아주 잘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SF형 러브 코미디보다는 현재의 『맵스』란 작품이 더 나은 것 아닌가 싶거든요. 이처럼, 작가가 자기만의 고집을 피워서도 곤란하고 또 그렇다고 편집부가 하라는대로만 해서도 곤란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서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인가? 그야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작가나 편집부가 그냥 자기 고집만 피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의견에 대해 몇 번이고 ‘회의’를 거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작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 아닐까요? 만약 일본 만화 시스템이 한국보다 우월한 점이 혹시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그와 같은 ‘사전 검증 시스템’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그 부분에 대한 고찰이 심도있게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데, 최근에는 저를 비롯하여 몇몇 분들이 일본의 편집 시스템을 국내에 조금씩 소개하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저나 다른 분들이나, 부분적으로밖에 소개하지 못하고 있는 관계로 일본만화의 편집 시스템이 가진 전체상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울 듯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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