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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단샤 박스 『DDD』『쓰르라미 울 적에』와 일본 라이트노벨의 시장 현황.

mirugi 2007. 8. 15. 00:09

 

일본 코단샤가 새롭게 선보인 라이트노벨 계열의 소설 브랜드 「코단샤 박스(BOX)」. 그 2007년 8월의 라인업은 「파우스트」를 선보였던 「코단샤 박스」 편집장 오오타 카츠시씨가 현재 갖고 있는 최고의 필자들을 모은 결과입니다.

 

1년 동안 총 12권을 매달 출간한다는, 소설 사상 전무후무한 기획 「대하 소설」의 양대 작가 니시오 이신(『카타나가타리』)과 세이료인 류스이(『퍼펙트 월드』)는 물론, 『공의 경계』의 작가 나스 키노코 신작 『DDD』의 2권, 그리고 2000년대(제로년대) 일본 최대의 미디어믹스 흥행작 『쓰르라미 울 적에』를 원작자 류키시07(용기사07)이 직접 소설로 옮겨쓴 『쓰르라미 울 적에 제 일화∼오니카쿠시편∼ (상)』, 마지막으로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으로 유명한 평론가 아즈마 히로키의 LSD시리즈 두 번째 저서 『정보환경론집 아즈마 히로키 컬렉션 S』 이상 5권입니다.

 

 


 

 

 

우선, 이 중에서 나스 키노코의 『DDD 2』를 살펴보겠습니다. 나스 키노코는 동인서클 출신의 게임업체 ‘타입문’의 대표작 『월희(츠키히메)』와 관계가 있는 소설 『공의 경계』를 통해, 「파우스트」의 신전기 노선을 결정지은 코단샤의 인기 작가입니다. 그 신작인 『DDD』도 「코단샤 박스」의 인기 시리즈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일본의 인기 블로그인 「아키바블로그」의 2007년 8월 10일자 기사에 따르면, 아키하바라에서 수 일만에 완매되었던 『DDD』 1권에 비해 2권은 반입량이 보다 많았다고 합니다. 아키바블로그에서는 여러 점포에서 많은 반입량을 보였던 것으로 보아, 1권에 비해 초판 인쇄물량이 많지 않았는가 추측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메론북스 아키하바라점 사진에 나와 있는 엄청난 량의 『DDD 2』를 보면, 그 추측이 그리 잘못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일본의 라이트노벨 잡지 「파우스트」. 3호부터 6호 SIDE-B까지 두께를 비교.

 

나스 키노코씨는 과거 『NHK에 어서오세요』 작가 타키모토 타츠히코씨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 만나서 같이 술자리를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도 오오타 카츠시 편집장에게 스카웃(?)된 일본판 「파우스트」의 필자이고, 그 덕분에 한국판 「파우스트」에도 필자로 기용되어 창간 기념으로 니시오 이신&타키모토 타츠히코씨 두 분과 대담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나스 키노코&타키모토 타츠히코씨 방한 때에도 같이 만나서 술자리를 가졌던 것인데, 그때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스 키노코씨가 한국에서의 일본 에로게임의 현황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더라는 정도였습니다. 저보다는 제가 그 자리에 부른 블로거 산왕님이 더 이야기를 많이 나눈 듯 하더군요. (웃음) 오오타 카츠시 편집장이 ‘한국의 매니아를 만나고 싶다’는 말을 평소에 해서, 제가 당시에 『NHK에 어서오세요』 번역자인 현정수님과 산왕님을 초청했던 것이죠.

 

 

 

▲현재 4호까지 발행되어 있는 「한국판 파우스트」. 4호는 특히 일본판 못지 않은 두께를 자랑.

 

오오타 편집장은 최근 「파우스트」보다도 단행본 브랜드인 「코단샤 박스」에 더 힘을 기울이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 덕분인지 「코단샤 박스」는 나름대로 시장에 안착해서,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잡지 「사이조」 2007년 8월호 《오타쿠 업계의 어둠》 특집에는, 〈붐으로 인해 웃은 사람, 운 사람─라이트노벨 편집자 좌담회〉란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최근 ‘공전의 라이트노벨 붐’이라고 표현되는 라이트노벨 시장에 새로 참가하는 출판사가 줄을 잇고 있는데, 사실 그 이면에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것이죠. 실제로 라이트노벨의 시장규모가 늘어난 것은 아니고, 최근의 붐은 1990년대 전반 『슬레이어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후 2번째인 ‘제 2차 붐’이라는 점을 지적하고도 있습니다. 판매량은 그 시절이 더 높았다고도 하고요.

 

실제로 최근의 ‘붐’은, 각 평론가들이 라이트노벨에 주목하면서 언론에서 자주 다루기 시작하고 관련 무크지가 출판되는 등에 따른 영향이 큽니다. 즉 라이트노벨 시장 자체가 커져서 붐이 되었다기보다는, 훨씬 과거로부터 존재해왔던 라이트노벨 시장을 이제야 일본의 언론이나 업계에서 새로이 ‘발견’한 것에 따른 붐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쇼가쿠칸(「가가가문고」「루루루문고」), 소프트뱅크크리에이티브(「GA문고」), 호비저팬(「HJ문고」) 등, 지금껏 라이트노벨을 다루지 않던 각 출판사까지도 신규 브랜드를 앞다투어 만들어 시장에 새롭게 진입해왔습니다. 코단샤는 라이트노벨로 분류될 수 있는 작품을 여럿 배출한 브랜드를 이미 갖고는 있었으나, 「코단샤 박스」로 또 다른 신규 브랜드를 만든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제 1차 붐 당시부터 일본의 판타지 붐을 견인했던 카도카와홀딩스 그룹의 각사, 즉 카도카와쇼텐(「스니커문고」), 미디어웍스(「전격문고」), 후지미쇼보(「후지미판타지아문고」)의 점유율이 전혀 변화하지 않고 있다, 즉 타사 신규 브랜드가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전술한 「사이조」 2007년 8월호 기사에 따르면, 일본 라이트노벨 시장의 70%는 카도카와홀딩스 그룹 산하의 출판사가 과점하고 있습니다. 카도카와홀딩스 산하의 출판사로는 카도카와쇼텐, 미디어웍스, 후지미쇼보가 있고, 최근엔 엔터브레인까지 편입되어 일본 라이트노벨 인기 브랜드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격문고」와 「후지미판타지아문고」의 매상이 조금 떨어졌다고 하는데, 그 부분을 「스니커문고」의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대히트로 벌충했다는군요.

 

남은 20∼30%를 각사의 브랜드가 각축하고 있는 상황인데, 겨우 시장의 20∼30%를 여러 출판사의 각 브랜드가 분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얼마나 어려운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죠. 「사이조」 기사에 따르면, 그나마 그 중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이 미디어팩토리의 「MF문고J」 브랜드와 니시오 이신·나스 키노코를 보유한 「코단샤 BOX」라는 것입니다. 「MF문고J」는 갑작스레 밀어닥친 소위 ‘츤데레 붐’을 타고 『제로의 사역마』가 높은 인기를 끌면서 호조를 보인 듯 하고, 「코단샤 박스」는 역시 나스 키노코의 『DDD』겠죠. 그리고 이번 달에 발매된 『쓰르라미 울 적에』 소설판 역시, 「코단샤 박스」치고는 낮은 단가(세금제외 980엔, 세금포함 1029엔)라는 점을 봐도 초판부수가 상당히 높을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여기에서 참고로, 많은 독자들이 출판사에서 왜 책을 고급종이와 비싼 장정을 써서 굳이 책값을 높이는지 의문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요. 책값이 높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장정이나 종이보다는 부수에 달려 있습니다. 종이값은 비싸봤자 거기에서 거기고, 장정도 하드커버 정도를 제외하면 책값에 그렇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러나 발행부수는 책값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동인지를 찍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책을 찍을 때 100부와 200부에는 제작비에 거의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500부와 1000부도, 부수는 2배 차이인데 제작비는 2배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출판사에서 내는 1천부∼1만부 단위도 마찬가지입니다. 1천부와 1만부, 1만부와 10만부를 인쇄할 경우의 제작비에 10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 이야기는 곧, 책이란 동시에 많이 찍으면 찍을수록 단가가 떨어지고, 적게 찍으면 반대로 단가가 높아진다는 의미죠. 따라서 책값은 발행부수에 가장 큰 영향을 받습니다. 다만 『쓰르라미 울 적에』의 경우, 한 번 게임으로 냈던 내용을 약간의 리라이팅을 거쳐 소설로 출판한 것 뿐이라는 점에서, 작가가 정가를 낮추기를 요구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추측을 수긍한다 할지라도, 실제 출판사에서 정가를 낮출 수 있었다는 것은 역시 『쓰르라미 울 적에』의 초판 부수가 높아서 정가를 낮출 여지가 있었다는 의미이긴 하겠습니다만….

 

이 『쓰르라미 울 적에』 소설판에 대해서는, 별도의 포스트에서 『쓰르라미 울 적에』 전반에 대해 살펴보면서 다시 한 번 다뤄보겠습니다.

 

 


 

 

 

아무튼, 『DDD』와 『쓰르라미 울 적에』를 내세운 「코단샤 박스」가 나름대로 시장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 합니다. 덕분에 2007년에 이어 2008년에도 1년 12달 매월 출간하는 소설 시리즈 「대하 노벨」의 제 2탄을 기획하고 있는 오오타 카츠시 편집장의 계획은, 내년에도 성공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덕분에 「파우스트」 후속권은 순조롭게 늦어지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저에게도 다음 호 원고에 대한 독촉(…)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니 올 가을이 가기 전에 드디어 「파우스트 Vol.7」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빨리 원고 마감을 해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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