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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출판사&서점의 관계.

mirugi 2007. 8. 5. 22:27

이것은 제가 사석에서 여러 번 말해왔던 ‘mirugi 이야깃거리’ 중의 하나입니다.

 

참고로 저는 이런 저만의 ‘소재’들을 상당수 가지고 있고, 그것들을 원고에서 쓰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수를 다른 만화 연구자, 분석가들과의 대화에서 말해버리기도 하죠. 덕분에 그 후 제 이야기에서 소재를 얻어 글을 쓰신 것을 보게 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점은, 일본에서는 예를 들어 아즈마 히로키씨가 아사히신문사의 잡지 「논좌」에 연재한 칼럼 1회에서 “친구 선정우씨가 말하기로는…”이라는 식으로, 술자리에서 잠깐 이야기한 것을 인용하면서도 확실하게 인용처를 표기하고 넘어갔는데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아즈마 히로키씨의 「논좌」 칼럼은 이후 단행본 『문학환경론집─아즈마 히로키 컬렉션L(文学環境論集 東浩紀コレクションL)』에 실려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그쪽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뭐 그런 점은 과거 ‘인용’의 요건을 잘 모르는 분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으로서, 저도 적지 않게 저지른 실수이기도 하고 또 비단 일본이라고 해서 옛날부터 완벽했던 것은 아니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거나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한국과 일본의 출판사&서점의 관계는 한일 양국의 출판업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2006년 5월 9일자 문화일보 기사로 「나홀로 출판 창업 열풍」이란 내용이 보도되었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 2005년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간 신생 출판사가 무려 2091개나 생겼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출판사 창업이 활발하기 때문에 한국의 출판사수는 2004년 기준으로 무려 2만3000여개나 된다고 써있습니다. 그런 반면 2004년 1년 동안 책을 1권이라도 낸 출판사는 그 중에서 1700여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그럼 2만3000개나 되는 출판사가 있는 한국에, 서점수는 몇 개일까요? 2007년 7월 22일 경향신문의 보도를 보면,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발간한 『2007 한국출판연감』의 보도를 인용하여 전국의 서점수를 2005년말 현재 2103개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수는 2004년보다 더 늘어서 이젠 2만7103개라는군요.

 

출판사수는 2만7103개인데 전국의 서점수는 2103개. …이래서야, 서점에서 책을 파는 것보다 출판사 건물에서 직접 책을 판매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는 농담을 제가 자주 해왔는데,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그렇게 하는 편이 좋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1년에 책을 1권이라도 내는 출판사수는 2000개도 채 못 되니, 별 큰 도움은 안되겠습니다만.)

 

 


 

 

그에 비해 일본은 어떨까요. 일본저자판촉센터의 웹페이지에 인용되어 있는 『출판연감 2005(出版年鑑〈2005〉)』(슛판뉴스사 발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전국에 출판사가 4311개 있다고 합니다. 의외로 적은 수자입니다. 한국의 출판사수가 2만7000개를 넘으니, 일본의 출판사수는 한국의 6분의 1 이하에 불과합니다. 일본의 인구가 한국보다 2.5배 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본의 1인당 출판사수는 한국의 15분의 1이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과연 이 수치가 한일 양국의 출판업계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요?

 

물론 그럴 리는 없습니다. 서점수를 비교해보죠. 일본저자판촉센터의 웹페이지에 나와 있는 아르미디어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7년 5월 1일 현재 17098점이라고 합니다. 물론 상기 페이지를 보면 2001년 서점수가 20939점이었던 것에 비해 3천점 이상 줄어들었지만, 아직까지도 1만7000점 이상의 점포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의 서점수 2103개에 비해 6배 이상 많은 수치입니다.

 

 


 

 

이 결과를 놓고 살펴보자면, 한국은 일본에 비해 출판사수는 6배 많은데 서점수는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결과는, 간단히 말해서 한국에는 불필요할 정도로 출판사수는 많은데 비해. 정작 제대로 책을 내는 출판사는 거의 없고 그 책들을 팔 서점조차도 거의 없다는 의미가 되겠죠.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어느 제조업에 제조업체는 2만7000개인데 소매상이 2100개밖에 안되는 업종이 있겠습니까. -_-

 

바로 이것이, 제가 지금껏 여러 번 주위에 언급해온 ‘한국 출판업계의 웃지 못할 일화’인 것입니다….

(혹시라도 이 이야기를 인용하실 분은, 출처 표기는 [미르기닷컴] http://mirugi.com/에서 만화 칼럼니스트 선정우가 밝힌 내용이라는 식으로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아니면 이 글의 퍼머링크를 적어주셔도 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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