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한국 만화

학습만화와 ‘모에’의 연관성:(예전에 쓰다가 말았던 글).

mirugi 2009. 3. 31. 18:07

【미르기닷컴】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애니메이션 『장금이의 꿈』이 방영되기 직전으로 기억하고 있으니 약 4년 전인 것 같습니다. 『장금이의 꿈』이 2005년 10월에 방영을 개시했으니까요. 당시 애니메이션 『장금이의 꿈』이 미취학 아동들에게 인기를 끌었으면 하는 희망에 대해서, 당시에도 인기가 높았던 학습만화 장르를 관련지어 쓰려고 했던 것입니다.

 

2004년 전후해서부터 저는, 국산 학습만화에 대해 매니아적인 측면에서도 충분히 바라볼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주변에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습만화 시장이 커지면서 장르만화 출신 작가들이 학습만화로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 그 원인이 아닐까 유추하고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2000년대도 중반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새로운 형태의 학습만화 장르(2000년 이전의 학습만화와는 다른 현재의 학습만화 형태)가 정착되면서 재미있는 작품들이 다수 등장했다는 것이죠.

 

 

그런 식으로 ‘장르만화와도 비슷한 (특히 그림체에 있어서는 더더욱) 학습만화’가 다수 등장하면서, 2005년 당시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일본의 매니아들이 한국의 학습만화를 보고 ‘모에’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 TV애니메이션 『스피어즈』라든지 『장금이의 꿈』도 일본 취향의 ‘모에’ 문화에 가까운 면이 있다고 몇몇 일본 매니아들은 관심을 가지기도 했던 것이죠.

 

하지만 정작 한국의 매니아 신, 매니아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학습만화에 대해 그런 시선으로 보는 이야기가 생각만큼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학습만화를 ‘모에’로서 평가하는 그 자체만으로는 일본의 매니아들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고, 실제로 일본의 오타쿠 문화를 가까이 접하고 있는 몇몇 일본애니메이션 매니아들은 ‘일본에서 『장금이의 꿈』이나 한국 학습만화를 모에로 바라보는 모습’을 접하고 한국 내에서도 그런 모습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만…. 한국의 작품을, 일본 매니아들이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서 바라보는 것은 뭔가 좀 괴상한 상황이죠.;;

 

학습만화 장르에는 ‘모에’와는 별개로, 나름대로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그것을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극히 일부의 일본인들이 우연찮게 찾아낸 한국의 ‘모에’(로 볼 수도 있는)형 학습만화만을 재미삼아 글로 다루는 정도였던 것이니까요. 실제 그런 분들은 해당 학습만화 작품을 나중에라도 사보지는 않았을 것 같고요…. 저는 그런 점이 조금 아쉬웠고, 그래서 학습만화에 대해 ‘모에’ 측면에서 재미로 보는 측면도 다뤄주면서 거기에 덧붙여 조금 다른 시각도 소개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쓰는 글은 대개 ‘감상’이나 ‘평론’이 아니라 정보를 알려주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저는 어떤 ‘당위’나 ‘모범’을 글에서 말하는 것을 꺼리는 편이죠. 제 쓴 글을 자주 읽은 분이라면 제가 ‘만화 독자라면 모름지기 꼭 이래야만 한다’, ‘이것이 옳다’, ‘저것은 틀리다’라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 일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잘 알 겁니다. 저는 그보다는 ‘이 작품의 내용은 이렇다’, ‘저 책에는 이렇게 써있다’는 식의 글을 주로 쓰는 편이죠.

 

그렇기 때문에, 학습만화 관련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저 자신이 학습만화를 웬만큼 보고 나야만 쓸 수 있는 것입니다. ‘학습만화라면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는 글이라면 사실 학습만화를 겉핥기로 대충 보고, 혹은 아예 보지 않고도 쓸 수 있거든요.

 

물론 사실 진짜로 ‘당위’를 제대로 논하려면, 그야말로 그런 작품을 총망라해서 다 보고, 그 후에도 해당 장르의 각 분야 사람들 이야기도 듣고 업계에 관해서도 연구하고… 등등을 다 거친 다음에야 쓸 수 있는 것이니까, 사실은 ‘당위’를 다루는 글이 더 어려운 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글을 써내는 분은 업계에도 매니아층에도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요. -_- 그래서 현재 상황으로서는, 한국만화계에서 글을 쓰는 데에 ‘당위’론이 훨씬 더 쉽고 정보성 글을 쓰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보성 글은 일단 최소한 몇 작품 이상은 보고 나야 쓸 수 있을 테니 말이죠….

 

 

그런데 문제는, 제가 2005년 당시에 학습만화를 도합 10여종(‘종’이니까 권수로는 몇십 권 되지만) 밖에 사보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관심이 있다고는 하나, 저도 역시나 기본적으로는 장르만화의 팬이다보니까 아무래도 학습만화를 수십 수백권씩 사지는 못했던 것이죠.;;

 

그래서 이 글을 시작은 해놓았는데, 계속 완성은 못 시키면서 시간이 벌써 4년이나 지나버렸던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너무 오래 되어서 이젠 글 자체의 의미도 없어져 버렸고…. 그러니 더더욱 완성을 못 시키다가, 이번에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그냥 부분적으로나마 올려보려고 생각한 것입니다.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쓰다만 형태 그대로도 올릴 수가 없고, 예전에 썼던 문장을 소위 말하는 ‘개조식’으로 변형해서 대충 정리해볼까 하는데요. 부분적으로는 개조식으로 바꾸고, 부분적으로는 그냥 놔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이번에는 4년 전에 쓰다 만 글을 대강이나마 정리해보는 정도로 마무리짓죠.

 

 


 


●일본 오타쿠들이 한국에서는 완전히 아동용인 작품을 '모에'로서 주목하는 이유는, 사실 일본의 '모에' 역시 당초에는 아동용으로 타겟을 맞춘 작품들이 성인 팬들에게 받아들여지면서 탄생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 『미소녀전사 세일러문』『두 사람은 프리큐어』 등 대표적인 ‘모에’ 작품으로 여겨지는 애니메이션은 대부분이 전형적인 아동용 애니메이션.

   (그것도 초등학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인데, 그런 작품이 ‘성인 남성’에게도 선호된 것을 ‘모에’의 기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오타쿠 계층에서조차도 그와 같은 시도는 거의 일어나지 못했다고 보이고, 따라서 한국에는 일본과 동일한 의미에서의 ‘모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됨.

  → 물론 한국에도 『세일러문』『프리큐어』의 성인 팬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

  → 한국 고유의 ‘모에’ 문화가 일어나려면 일본산 작품의 팬만이 아니라 한국 자체의 문화를 ‘모에’로서 바라보는 시선의 탄생이 필요.

  → 그러려면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 『스피어즈』라든가 학습만화 『판타지 수학대전』과 같은 작품들을 ‘모에’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발생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아직까지 그런 흐름은 거의 눈에 띄고 있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모에’라는 개념은, 국내에서는 ‘오타쿠’ 등의 여타 일본산 용어와 마찬가지로 일본과는 상당히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음. 따라서 한국에서의 ‘모에’나 ‘오타쿠’란 단어를 이해하는 데에는 일본에서의 의미 뿐만이 아니라 국내 상황을 추가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임.

  → 참고할 만한 글로 [미르기닷컴] 블로그에 썼던 다음 포스팅을 참조.
◆관련글:오타쿠에 대한 이야기. (2004.11.09/[미르기닷컴] 外傳)
◆관련글:오카다 토시오의 「모에」에 관한 글. (2004.12.02/[미르기닷컴] 外傳)
◆관련글:오타쿠 3원칙. (2005.03.18/[미르기닷컴] 外傳)


 



 

그런 의미에서, 저 혼자만 사기는 심심하니까^^; 여러분들도 저와 함께 『판타지 수학대전』이나 『남친을 사로잡는』 시리즈를 구매하시지 않겠습니까?

 

 

 

 

특히 『남친을 사로잡는 바디 파일』이란 책은 무려 문신 스티커를 부록으로 준다고 합니다. (……)

 


가끔 이런 책에 대해 독자들이 ‘초등학생의 코디라고 하면서도 극도로 짧은 미니스커트, 하이힐,고급스러운 백 등으로 치장한 20대 여성의 모습을 그려놓았다’는 식으로 비난하기도 하는데, 사실은 오해인 것입니다! 원래 아동용인 척 하면서 사실은 ‘다 큰 친구들(어른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모에’의 근원! 즉 이 서적들은, 초등학교 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척 하면서 사실은 다 큰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모에 서적인 것입니다!

 

「주간 우리 오빠」를 보십시오. 피규어가 얼마나 귀엽습니까. 책자에 담긴 YUG의 일러스트는 무려 색연필로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주간 우리 오빠」도, 겉보기는 아동용 같지만 실은 오타쿠 대상의 서적이었죠. 마찬가지로, 우리도 어서 빨리 학습만화를 한국 오타쿠의 대표적 장르로 키워나가야 합니다. 『장금이의 꿈』도 토요일 아침 8시 25분에 무조건 일어나서 시청하며, ‘다모 폐인’ 못지 않은 ‘장금이의 꿈 폐인’을 형성해야 합니다. 정작 미취학 아동층을 대상으로 했는데 30대 아저씨들만 잔뜩 보는, 방송국으로서는 당황스러운 현상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
(……이런 글을 쓰면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분이 간혹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_- 덧붙여둡니다만, 이 말은 물론 농담입니다.)


……반쯤은 농담이 섞여 있지만 (그럼 나머지 반은…?;;), 하여간에 국내의 매니아들은 '모에'의 본질을 좀 더 잘 파악해야만 할 것 같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쓰다가 말았던 것인데요. …완성을 못한 이유가 있는 것 같죠? (……)

 

 

아무튼 결국 이 정도로밖에 못해냈지만, 지금도 학습만화 장르에 대해서는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학습만화의 주요 작품들을 확실히 전부 다 읽고 학습만화 장르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은 욕심은 계속 갖고 있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학습만화 중의 하나, 『판타지 과학대전』.

mirugi가 주장하는(?) ‘모에 학습만화’ 계열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작가집단 ‘그림나무’의 학습만화 작품.

(2007.08.08/촬영:mirugi)

 

▲학습만화 『판타지 과학대전』에는 위와 같이 ‘샤방’한 미소년이나 귀여운 미소녀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런 점도 바로 ‘모에’가 아니겠는가!(…) (2007.08.08/촬영:mirugi)

 

▲또 다른 학습만화 『크로니클스』. 2000년대 이후 ‘학습만화’ 장르에는 실로 다양한 분화가 이루어졌는데,

이 작품 역시 종래의 ‘학습만화’로서 구분짓기는 조금 힘든 면이 있다.

그냥 일반적인 스토리만화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내용이라는 점이 특징. (2007.08.08/촬영:mir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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