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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일본 전철역④:JR 도쿄 이케부쿠로역.

mirugi 2008. 12. 30. 23:16

【미르기닷컴】 새벽의 일본 전철역 시리즈(?)로서는 마지막인, JR 이케부쿠로역입니다. (이케부쿠로역에서 하차했기 때문에….)

 

▲이 넓은 이케부쿠로역에 사람이 이처럼 없는 것이, 역시 새벽 시간임을 실감케 한다.

(2008.11.25/촬영:mirugi)

 

 

이케부쿠로역 역시도 신주쿠역 못지 않게 거대한 역입니다. 16번까지 플랫폼이 존재하는 신주쿠역보다는 적지만, 이케부쿠로역의 플랫폼도 8번까지 존재합니다. 야마노테센과 함께 사이쿄센, 쇼난 신주쿠라인, 특급 나리타 익스프레스 등이 지나가죠.

 

그보다 이케부쿠로역의 특징은 지하철 노선 여러 개가 같이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JR과 지하철이 각각 역을 별도로 운영하기 때문에 때로는 아예 바깥으로 나가서 멀리 가야 지하철을 탈 수 있기도 합니다만, 이케부쿠로역은 워낙 넓어서 안에 JR과 지하철 역이 함께 존재합니다. 마루노우치센, 유라쿠쵸센, 후쿠토신센 등 현재 3개 노선이 있습니다. 그밖에도 토부 토죠센과 세이부 이케부쿠로센까지 포함하면, 정말 많은 노선이 지나가는 허브 역할의 역이 바로 이케부쿠로역입니다.

 

 


 

 

▲텅빈 이케부쿠로역의 JR 매표창구. 이 넓은 매표창구에 표를 사는 사람이 단 한 명.

평소에는 매표창구는 물론이고, 카메라와 매표창구 사이의 공간에 사람들이 가득 차서

도저히 촬영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2008.11.25/촬영:mirugi)

 

 

또한 이케부쿠로는, 오타쿠들에게 있어서는 오랫동안 가장 중요한 거리이기도 했죠. 2000년대 접어들면서 아키하바라가 ‘오타쿠의 거리’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이케부쿠로와 신주쿠를 뺴놓고 1980∼90년대의 오타쿠를 논할 수는 없습니다.

 

아키하바라는 90년대까지만 해도 어디까지나 전자제품의 거리였을 뿐, 오타쿠의 거리라고 하긴 어려웠죠. 물론 오타쿠 중에 무선통신 오타쿠 등 전자제품을 다루는 오타쿠들은 아키하바라에 자주 갔겠지만, 컴퓨터(PC)가 오타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 오타쿠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오타쿠적인 점포’의 존재였거든요. (ex. 만화 전문서점, 만화 상품 판매점, 중고서점 등)

 

그런 의미에서 그런 점포가 드물었던 90년대의 아키하바라는 오타쿠의 거리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오직 게임과 영상 소프트 관련 점포만이 아키하바라에 어느 정도 집중되어 있었지만, 그거야 신주쿠나 이케부쿠로에도 당시부터 존재했거든요. 그러므로 90년대의 아키하바라는 어디까지나 이케부쿠로, 신주쿠 등과 ‘더불어’ 오타쿠들이 자주 모이는 하나의 거점에 불과했던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90년대에 가장 중요한 ‘오타쿠의 거리’는 제가 볼 때 이케부쿠로입니다.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은 일본에서도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만, 1994년부터 빈번하게 이케부쿠로와 아키하바라 양쪽을 다녀왔던 저로서는, 충분히 제 주장을 펼칠 만한 자격(?)은 나름대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도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오타쿠 문화에 있어서 이케부쿠로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합니다.;;)

 

오타쿠 문화와 이케부쿠로역의 역사(?)에 관해서는 언젠가 별도의 글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자세한 내용까지 쓰려면 뭔가의 단행본 원고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네요.;; 그래도 간단하게나마 블로그에도 써보고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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