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사용한 광고 제작.

mirugi 2008. 11. 5. 09:53

【미르기닷컴】 몇 번 예고한대로,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을 사용한 광고 제작에 관한 글을 써보겠습니다. 우선 며칠 전에 올렸던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일본 화장품:『비하다 일족』.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습니다.

 

저는 평소부터 ‘스토리’가 없는 상품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토리란 것이 비단 『비하다 일족』과 같은 만화 형식;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소니 ‘워크맨’이나 애플 ‘아이팟’에도 각기 나름대로의 ‘스토리’가 있는 것이거든요. 예를 들어 ‘아이팟’이라면 그 특유의 디자인과 UI(유저 인터페이스)에 의한 감각, 제조사인 애플과 CEO 스티브 잡스에 관련된 각종 배경 등이 훌륭하게 ‘아이팟의 스토리’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죠.

 

대부분의 히트 상품에는 그런 식으로 ‘스토리’가 붙게 마련입니다만, 『비하다 일족』처럼 아예 제조사 측에서 스토리를 만들어 붙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또한, 그 ‘스토리’는 CF일 수도 있고 입소문일 수도 있지만 『비하다 일족』처럼 만화나 애니메이션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관련글: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일본 화장품:『비하다 일족』. (2008.10.28/[미르기닷컴])

http://blog.daum.net/mirugi/7147384

 

 

그 사례 중 하나로 일본의 TV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와 『플란다스의 개』, 그리고 『요술공주 샐리』의 영상이 사용된 SK텔레콤 여성 전용 휴대전화 서비스 「CARA(카라)」의 2002년도 TV 및 지면 광고를 제시했습니다. 제가 『은하철도 999』와 『요술공주 샐리』의 제작사인 일본 토에이 애니메이션, 그리고 『플란다스의 개』 제작사인 닛폰 애니메이션과 한국 측 광고 제작사 사이의 에이전트를 맡아 계약을 추진했던 것이죠.

 

▲『은하철도 999』의 TV판 LD박스인 『안드로메다 BOX』. 전체 3개로 발매된 『은하철도 999』의

LD(레이저디스크) 박스 중에서 3번째 박스. 『은하철도 999』 77화부터 완결 113화까지 수록되어 있다.

(2008.10.31/촬영:mirugi)

 

▲『플란다스의 개 메모리얼박스 Part1』 LD박스. 전체 2개의 LD박스 중에서 첫 번째.

『플란다스의 개』 1화부터 24화까지 수록. (2008.10.31/촬영:mirugi)

 

 


 

 

또한, 비단 일본 작품만이 아니라 『아기공룡 둘리』나 만화가 박수동님의 『고인돌』 캐릭터가 사용된 CF(얼마 전 화제를 모았던 『빠삐놈』의 바로 그 광고)가 높은 인지도를 보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토리’를 가진 상품은 고객들이 기억하게 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탤런트나 가수보다도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광고에 사용하는 쪽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특히 천정부지로 솟는 연예인들의 CF 개런티를 생각해보면, 유명한 만화나 애니메이션 작품을 사용한 광고가 저렴한 값에 높은 인지도를 얻는 지름길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이야기죠.

 

물론 광고제작사에서 그 점을 몰라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안 쓰는 것은 아닐 겁니다. 아마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사용한 광고라고 하면 어린이 대상의 과자나 식품 광고가 쉽게 연상되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위에 언급한 2002년도 「CARA(카라)」 광고도 전혀 어린이와는 무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또 청소년 대상이었긴 하나 과거 『언플러그드 보이』(천계영)를 사용했던 풍선껌 광고나 『달려라 하니』가 나왔던 삼성 마이마이 카세트 광고도 그렇게 유치하진 않았고요.

 

 

예를 들어, 직접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화면에 사용하지 않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요즘은 『타짜』나 『식객』 등 한국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올드 보이』나 『미녀는 괴로워』, 얼마 후 개봉되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와 같이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꼭 영화나 드라마만 만화를 원작으로 하란 법이 있겠습니까? 광고 분야에서도 충분히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여 작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죠. 예전에 홍콩배우 장국영과 유덕화를 기용했던 투유 초콜렛 광고처럼 연작 광고로 만든다면 상당히 재미있을 듯 한데요.

(물론 그런 식으로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여 새롭게 광고를 제작한다면 결국 배우들의 개런티와 높은 제작비가 들어가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테니까, 그냥 하나의 아이디어로서 제시한 것 뿐입니다만.)

 

그렇지 않고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화면에 직접 사용하더라도 전혀 유치하지 않은 광고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는 만화가 카미죠 아츠시1의 일러스트를 사용한 화장품 광고나 『슬램 덩크』를 사용한 남성 화장품 광고2도 있었습니다. 둘 다 세련된 내용으로 시청자들에게 화제를 모은 광고였죠. 만들기에 따라서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사용하면서도 충분히 세련되고 멋진 광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구상한다면 얼마든지 만화나 애니메이션 작품을 사용하여 높은 인지도를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세련되고 멋진, 훌륭한 광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08 [mirugi.com] http://mirugi.com/

  1. 대표작인 음악만화 『To-y』를 필두로, 『SEX』, 『적×흑』, 『8(에이트)』 등의 작품을 발표. 1987년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SHISEIDO), 1988년 전자기기 브랜드 샤프(SHARP), 1998년 대형수험학원 카와이쥬쿠 등의 광고 일러스트를 담당. 레코드와 CD의 재킷 일러스트를 맡은 적도 있는데, 대표작은 근육소녀대의 『타카기 부 전설』(1987년), 킷카와 코지의 『The Gundogs』(2002년) 등. [본문으로]
  2. 1998년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SHISEIDO)의 브랜드 ‘Aleph(알레프)’ 광고에서 만화가 이노우에 타케히코가 직접 그린 『슬램덩크』 캐릭터들이 그려졌다. 또한 2004년에도 시세이도의 ‘UNO(우노)’ 브랜드 광고에서 이노우에 타케히코 본인이 직접 출연하여 초대형 일러스트를 그리는 모습이 나온 바 있다. 참고로 ‘Aleph’ 광고는 이노우에 타케히코 공식 사이트에서 직접 동영상을 볼 수 있다. http://www.itplanning.co.jp/images/works/ot/cm/cm.html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