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감독 토리우미 히사유키 서거:독수리 오형제&에스테반&AREA 88

mirugi 2009. 1. 25. 23:29

【미르기닷컴】 이틀 전인 2009년 1월 23일, 일본의 애니메이션감독 토리우미 히사유키씨가 향년 67세로 서거했습니다. 고별식은 26일 정오 일본 도쿄 하치오지시에 있는 절에서 치뤄진다고 하는군요.

 

◆관련기사:『갓차맨』『닐스』 아니메감독 토리우미 히사유키씨 서거 (2009.01.25/요미우리신문)

http://headlines.yahoo.co.jp/hl?a=20090125-00000008-yom-soci

 

 


 

 

토리우미 히사유키씨는 1941년에 태어나 츄오대학 법학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1966년 애니메이션 프로덕션 타츠노코프로에 입사했습니다. 일본어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대학 재학 중부터 시나리오 연구소에 다니는 등 각본가를 지망했으나 당시 타츠노코프로에 문예부가 없었기 때문에 연출부에 소속되어 연출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군요. 만화가를 하다가 온 것도 아니고 다른 스튜디오에서도 애니메이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완전히 타츠노코 출신의 연출가로서는 제 1세대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1972년 『과학닌자대 갓차맨』(국내 제목 『독수리 오형제』)의 총감독으로 발탁되어, 이 작품을 『타임보칸』 시리즈와 함께 타츠노코프로를 대표하는 초대형 히트작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이후 『허리케인 포리머』(1974년), 『우주의 기사 텟카맨』(1975년), 『고왓파 5 고담』(1976년) 등 타츠노코프로의 히어로 TV시리즈를 담당했고, 1978년 12월 타츠노코를 퇴사한 후 프리랜서 애니메이터로서 활동을 계속합니다.

 

1979년 잠시 닛폰선라이즈 제작의 TV애니메이션 『더☆울트라맨』의 감독을 맡았으나 곧 타츠노코 출신 연출가들이 모여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스튜디오 피에로’의 설립에 참가하면서 『더☆울트라맨』에서는 도중하차합니다. 스튜디오 피에로에서는 『닐스의 이상한 여행』(1980년), 『태양소년 에스테반』(1982년) 등의 TV애니메이션을 감독했죠.

 

그 후 세계 최초의 OVA(오브이에이: ‘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의 약자)라고 일컬어지는 『달로스』(1983년, 오시이 마모루와 공동 감독), 역시 OVA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신타니 카오루 원작의 『에이리어 88』 등을 연출했습니다. 그 후 스튜디오 피에로에서도 퇴사하여 다시금 프리랜서로 활동하였습니다.

 

그 외의 작품으로는 『우주전사 발디오스 [극장판]』(1981년) 『구름처럼 바람처럼』(1990년), 『차오르는 시간의 저편에』(1991년) 등을 감독했고, 『바오─내방자』(1989년), 『마장기신 사이버스타』(1999년)에서는 감수를 맡았습니다.

 

1980년대부터 소노라마문고, 전격문고 등에서는 소설 집필도 했는데 주요 작품으로는 『성 팔견전』, 『풀문전설 인드라』, 『빛의 기사 전설』, 『표적은 악마』, 『요문기』 등이 있습니다.

 

 


 

 

토리우미 히사유키는 오시이 마모루가 ‘스승’이라고 받드는 것으로도 알려졌는데, 타츠노코 시대의 토리우미는 오시이 마모루를 비롯하여 니시쿠보 미즈호(대표작 『붉은광탄 질리온』『천공전기 슈라토』 감독), 우에다 히데히토(대표작 『불꽃의 알펜로제 쥬디&랜디』『풍마의 코지로』『마장기신 사이버스타』 감독), 마시모 코이치(대표작 『골드라이탄』『바람의 대륙』『폭렬 헌터』『.hack』 시리즈&『NOIR』 감독) 등 후배들에게 ‘엄격한 선배’, ‘무서운 선배’로 이름이 높았다고 합니다.

 

 

스튜디오 피에로 설립 시에 토리우미를 따라 오시이 마모루도 스튜디오 피에로로 이적하여, 토리우미가 감독을 맡았던 『닐스의 이상한 여행』에서는 각화연출로 토리우미 밑에서 일하기도 했죠. 오시이 자신은 이 『닐스의 이상한 여행』을 통해 토리우미에게 연출가로서 가르침을 받았다고 회상한다는군요. 결국 『달로스』에서는 토리우미와 오시이가 공동으로 연출과 각본을 맡았습니다.

 

참고로 『달로스』의 스탭롤 표기에는 토리우미 히사유키가 ‘원작, 각본’, 오시이 마모루가 ‘감독, 각본’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만, 일본어 위키피디아에 보면 ‘실제로는 토리우미와 오시이의 공동 감독이었다’고 되어 있으니 아마도 어딘가 책이나 인터뷰 등에서 그렇게 밝혀졌나 보네요.

(사실 애니메이션에서의 이런 ‘직함’은 어느 정도 적당히 붙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총감독’과 ‘감독’이 뭐가 틀린지, ‘감수’와 ‘수퍼바이저’가 뭐가 틀린지 고민해봤자 별 소용이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죠…. 각 작품마다, 각 애니메이터마다 스타일과 각자의 맡은 역할이 경우에 따라 다른데, 그걸 그냥 뭉뚱그려서 적당히 붙이는 것이 스탭롤 표기이거든요. 또한 스탭롤 표기는 화면에 표시하는 글자수의 제약까지 있으니, 일일히 정확하게 다 쓰기는 어렵기도 하겠고요.)

 

 


 

 

아무튼 1970년대 타츠노코, 1980년대 피에로를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잊지못할 이름 중 하나일 토리우미 히사유키씨의 서거 소식이, 그가 그려왔던 SF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21세기의 첫 10년, 2000년대의 마지막해에 들려왔다는 것 또한 뭔가 아이러니처럼 느껴집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간만에 『에이리어 88』이나 다시 한 번 볼까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2009 [mirugi.com] http://miru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