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

미야자키 하야오 2008년 신작 애니메이션 『벼랑 위의 포뇨』.

mirugi 2008. 10. 8. 01:40

【미르기닷컴】 지난 2008년 7월 19일 일본에서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벼랑 위의 포뇨』. 한국 개봉은 2008년 12월로 발표되었습니다.

 

▲코엑스 〈애니랜드〉에 설치된 『벼랑 위의 포뇨』 포스터. (2008.10.06/촬영:mirugi)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으로서는 2004년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 4년만이고, 특히나 원작·각본·감독을 전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한꺼번에 맡은 것은 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7년만의 작품이었죠.

 

일본에서는 지난 9월 15일까지의 흥행수입이 140억엔을 돌파하고 개봉 41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데요. 한국 개봉이 일본보다 약 5개월 후로 너무 늦게 공개되는 것 같아 조금 걱정입니다. 스튜디오 지부리의 전작이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데뷔작 『게드 전기』는 한국과 일본 개봉의 시차가 불과 12일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더더욱 그 차이가 커보입니다. 『게드 전기』는 일본에서 2006년 7월 29일, 한국에서 2006년 8월 10일 개봉했거든요. 그 전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일본에선 2004년 11월 20일, 한국에선 2004년 12월 24일 개봉으로 1개월 4일 차이였고요.

 

물론 이것들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2002년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크게 히트하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역시 300만명 관객동원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던 결과겠죠. 그렇다면 반대로 『게드 전기』의 흥행 성적이 신통치 못했기 때문에 이번 『벼랑 위의 포뇨』 개봉이 늦어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벼랑 위의 포뇨』는 일본에서 개봉하자마자 흥행성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비슷한 시기(2008년 7월)에 한국 흥행 차트 1위는 한국영화인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 미국 흥행 차트 1위는 미국영화인 『다크 나이트』가 차지했죠. 3개국 영화시장 1위가 모두 자국산 영화로 채워졌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포뇨』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데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아동을 위한 작품으로 만들었는데 생각만큼 아동층의 반응이 높지 않자 실망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반대로 매니아층에서는 독특한 작품이란 반응도 나온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평론가이자 만화 원작자이기도 한 타케쿠마 켄타로씨는 『벼랑 위의 포뇨』에 대해, 상업영화로서는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아방가르드한 작품이란 식의 감상을 남겼습니다. 같이 본 관객들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엄청난 걸 보고 있다’는 식의 반응이었다고 썼는데요.

 

“상영 중에 관객 전원이 웃지도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도 않고,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조용해졌던 것도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에서는 처음 겪은 경험이었다. 상영 종료 후 극장이 밝아지자, 아무 말 없이 줄줄히 돌아가는 관객들 전원의 머리 위에 「?」가 떠오르고, 곤혹스러운 표정처럼 보였던 적도 처음이었다.”

 

 

타케쿠마씨에게 『벼랑 위의 포뇨』는, 마치 츠게 요시하루의 단편만화 『나사식』과도 같은 ‘쉬르레알리즘(초현실주의) 만화’의 독후감과도 같은 감각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꿈 속에서 일어난 일을 이상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잠에서 깬 후일 수밖에 없는데, 이 작품은 미야자키 감독의 악몽을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보여주다가 잠에서 깨지 않은 채 그대로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며, 그런 의미에서 『포뇨』를  ‘깨지 않는 꿈(악몽)으로서는 매우 잘 만든 작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포뇨』 개봉 전에 TV 광고 등에서 마치 물고기가 대활약하는 판타지영화, 즉 『니모를 찾아서』와도 같은 느낌의 영화인 듯이 선전했던 수법은, 홍보를 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나 조금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는데요.


 

타케쿠마씨는 “어린아이가 『포뇨』를 본다면 악몽에 시달릴지도 모르겠다”고까지 말하며, ‘일본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씨가 그 압도적인 지위를 이용해서 매우 사적(private)인 작품을 만들어놓고서 스스로 만족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감상까지 남기고 있습니다.

 

 


 

 

타케쿠마 켄타로씨는 만화 『원숭이도 그릴 수 있는 만화 교실』『패미통의 그것(가제)』의 원작자로서, 1990년대 『신세기 에반겔리온』의 가장 중요한 연구서적 중 하나인 『안노 히데아키 파라노 에반겔리온』의 편저자이고 나츠메 후사노스케씨 등과 공동저술한 『만화를 읽는 법』에서는 2000년대 일본 만화비평의 주요한 흐름 중 하나인 ‘표현론’의 기틀을 닦기도 한 평론가·연구가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신뢰하는 글을 쓰는 분이기도 하고요. 그런 분의 감상이니만큼 허술하게 넘기지 못하겠기에, 개인적으로도 『벼랑 위의 포뇨』에 대해서는 어떤 작품일지 상당히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신작 『스카이 크롤러』와 함께 일본에 직접 가서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여러 사정 탓에 아직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는 높은 인기 덕에 아직도 상영 중이던데, 12월에 국내 개봉하면 볼지 그 전에 일본에서 볼지는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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