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한국 애니메이션

현재 개봉 중인 한국애니메이션 『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

mirugi 2008. 6. 30. 11:32

【미르기닷컴】 2008년 6월 20일에 인디스페이스 등에서 개봉된 『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는, 단편 3작품의 옴니버스 상영 형식입니다만 간만에 개봉되는 한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습니다.

 

 

『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는 김운기 감독의 『원티드』, 연상호 감독의 『사랑은 단백질』, 장형윤 감독의 『무림일검의 사생활』 등 3편을 모아서 한꺼번에 상영하는 형식의 옴니버스 애니메이션인데요. 2008년 6월 25일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독립영화관 성격의 인디스페이스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애니메이션 전용관인 애니시네마 단 2곳에서 상영되었다는 상황을 감안하면 꽤나 분투하고 있다고 합니다.

 

덕분인지 인천 주안영상미디어센터시네마 상상마당, 씨너스 이채(파주)에서도 개봉을 시작했다고 하고, 올여름에 열리는 제1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각 단편이 상영될 예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을 보고 간단한 감상을 적어보겠습니다. 

 

『천년여우 여우비』에서도 느꼈습니다만, 한국애니메이션의 작화 실력은 점점 진화한다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던 작품입니다. 아니, 이미 『원더풀 데이즈』 이후에는 한국애니메이션에서 작화 문제를 운운할 필요가 별로 없어졌다고 봅니다. 물론 부족한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천년여우 여우비』나 이번 『셀마의 단백질 커피』와 같은 작품 정도의 수준이면 충분히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각 작품별로 특성있는 작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더욱 고무적입니다.『원티드』의 그것과, 『사랑은 단백질』의 ‘초(超)’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좋을 정도의 하이 퀄리티, 그리고 『무림일검의 사생활』의 달콤한 사랑을 그린 화사한 분위기 등등…. 높은 퀄리티의 작화이면서도 각 작품의 특성도 드러날 만큼 충분히 개성을 가진 작품이라는 것이죠.

 

 

다만 아직까지 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국산 작품이 워낙 적게 제작되어서 애니메이터들의 경험치가 낮기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천년여우 여우비』 때에도 『셀마의 단백질 커피』에서도, 물체의 ‘움직임’을 사실성 있게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때때로 부족한 부분이 눈에 보입니다.

 

사소한 부분이긴 하나 『셀마의 단백질 커피』에서 가장 신경쓰였던 장면은, 『사랑은 단백질』 파트에서 하늘로 날아올라가는 풍선에 늘어뜨려진 종이컵(안에 화장한 유골이 담겨 있는)의 묘사였습니다. 안에 유골이 담겨서 분명히 무게가 충분히 있는 종이컵인데, 그 종이컵과 풍선을 잇는 실이 바람에 흩날리는…. 물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거든요.;; 떠오르는 것은 풍선 때문이지, 종이컵에는 무게가 있기 때문에 그 둘을 잇는 실은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어야 할 텐데….

 

또 『무림일검의 사생활』 등에서도, 액션 신의 움직임에 있어서 약간씩 어색한 부분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이런 모든 부분이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의 절대적 빈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좀 더 많은 작품이 제작되면 금방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 적어도 작화면에 있어서 앞으로의 전망은 어둡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했듯이 역시나 작화 파트에 있어서 한국산 애니메이션에는 현 시점에서 큰 문제점을 지적할 수는 없다고 보고요. 그보다는 다른 부분에 있어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번 지적되어왔던 점입니다만, 가장 대중성을 가진 예술 장르라고 할 수 있을 극장용 상업 애니메이션이 항상 대중들과 유리된 내용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이번 『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는, 작품 제목에서부터 ‘인디’를 표방하고 있듯이 애시당초 대중성보다는 작가성을 중시한 작품으로 만들어졌던 것이겠습니다만…. 사실 한국애니메이션계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작가주의 작품이 아니라 강한 대중성을 가지고 대중들과 널리 소통할 수 있는, 한 마디로 ‘성공할 수 있는’, ‘히트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애초에 『셀마의 단백질 커피』라는 작품 제목부터가, 단순히 세 작품의 소재를 하나씩 합쳐서 만들었다는 것은 조금 애매하기도 하죠.;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적은 인원을 동원하여 독립영화 시스템으로 만든 작품의 퀄리티가 이 정도로 훌륭하다는 점은, 이미 한국애니메이션의 기초 레벨이 애니메이션 팬들 대부분의 예상보다는 훨씬 높아져 있다는 증거겠죠.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이 만들어졌으면 좋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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