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서양 애니메이션

이란 만화가가 원작을 그린 특이한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

mirugi 2008. 5. 29. 13:15

【미르기닷컴】 올해 지금까지 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한 편을 고르라면, 이 『페르세폴리스』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이란 출신의 만화가 마르잔 사트라피가 직접 공동연출을 맡은 이 독특한 애니메이션은, 오랫동안 전쟁과 테러라는 이미지만이 강했던 ‘이란’이란 나라의 현실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서울에는 이란의 수도 이름을 딴 ‘테헤란로’란 길도 있는데, 정작 한국인이 얼마나 이란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러운 면이 있죠. 이란의 역사나 아랍 쪽의 전쟁 이야기라면 잘 아는 분들도 많겠지만, 이란이란 나라의 ‘실생활’에 관해서 우리는 사실상 무지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페르세폴리스』는 이란이란 나라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주는 작품입니다.

 

▲『페르세폴리스』 홍보물. (2008.04.29/촬영:선정우)

 

근본주의자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아이언 메이든’을 좋아하고 ‘마이클 잭슨’을 알던 소녀, 마르잔 사트라피라는 개인을 바꿔놓진 못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Eye of the Tiger」를 부르는 마르잔의 모습이 나오는 등 임팩트 있는 장면도 많습니다만, 애니메이션판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면 반드시 원작 만화도 보기 바랍니다. 원작 만화는 애니메이션에서 (아마도) 시간이 모자라 생략되었을 많은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만화판을 먼저 보고 애니메이션을 보는 편이 내용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국내에 이미 번역판이 나와 있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페르세폴리스』는 스폰지하우스 중앙 등에서 개봉했습니다. (2008.04.29/촬영:선정우)

 

 

제가 특히 『페르세폴리스』가 마음에 들었던 데에는 조금 특별한 이유도 있습니다. 앞서 『페르세폴리스』가 이란이란 나라를 이해시키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준다고 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이란을 미화하지도 비판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 단서를 독자들에게 담담히 전해주기만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특히 최근 10년 정도 동안─ 한국의 예술 작품에서 자주 드러나는 ‘감정의 과잉’에 지쳐왔습니다. 소위 ‘작가주의’ 작품에서는 그러한 작가의 메세지성이 너무 강해, 독자로서 제 선택의 여지가 너무 좁아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작품도 있어서 나쁠 것은 없겠습니다만, 한국에는 그런 작품이 너무(!) 많지 않나 생각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때문에 최근 몇 년간은 상대적으로 감정의 과잉이나 작가의 메세지성이 덜한 채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는 일본의 작품들(특히 만화)에 치우친 독서를 해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발견한 것이 바로 이 『페르세폴리스』(만화판)이었던 것이죠. 이 작품에서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는 독자에게 ‘강요’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감정의 과잉, 작가의 메세지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있어서 일본만화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지 않나 느껴졌습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현재의 저는 『페르세폴리스』를, 만화와 애니메이션 양쪽 모두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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