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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행어(05):『은하철도 999』의 여행
1980년대 한국에서도 TV를 통해 높은 인기를 누렸던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이 바로 『은하철도 999』입니다.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의 만화를 장편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이 작품은,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기계의 몸을 찾아 안드로메다 성운으로 가는 ‘은하철도’를 탑승한 주인공 철이와 수수께끼의 여인 메텔의 행로를 그린 작품이죠.
『은하철도 999』는, 그 장대한 스토리는 두 말할 나위도 없고 독특한 갖가지 설정으로 한일 양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특히 철도 매니아들이 다수 존재하는 일본에 있어서, 우주를 여행하는 증기기관차 모양의 은하철도의 설정은 상당한 임팩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일본을 대표하는 동화작가 미야자와 켄지의 대표작 중에도 『은하철도의 밤』이란 작품이 있어, 이 작품이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물론 내용이 같다는 뜻은 아닙니다만.) ‘은하’와 ‘철도’를 묶은 두 작품이 각각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동화를 대표하는 양대 걸작으로 손꼽히는 것에서도, 일본인과 철도의 친숙함을 엿볼 수 있겠습니다.
이에 『은하철도 999』가 방영 중이던 1979년 7월 22일, 일본 국철(정식 명칭은 ‘일본국유철도’, 1987년 4월 이후 분할 민영화되어 ‘JR그룹’으로 변경)이 기획했던 이벤트 열차가 바로 ‘『은하철도 999』의 여행’입니다. 도쿄 우에노역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는데, 티켓 발매 당초부터 우에노역─안드로메다행이라고 하여 ‘행선지 불명의 미스테리 트레인’이라는 홍보 문구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정원 999명의 승객을 모집하는데 약 5천명 이상이 응모했다고 하는데, 일설에 따르면 당시 추첨 회장이었던 우에노역 앞은 엄청난 열을 이루어 경쟁률이 몇십 배까지도 올라갔다고 합니다. 또한 999명의 정원이었지만 부정 승차도 있어서 1200명 가까이 탑승했다고도 하네요. (일본어 위키피디아 참조)
어쨌든 차장은 원작자 마츠모토 레이지, 그리고 『은하철도 999』 주인공 호시노 테츠로역의 성우 노자와 마사코, 메텔역의 이케다 마사코, 차장역의 키모츠키 카네타, 하록역의 이노우에 마키오, 크레아역의 아사가미 요코 등도 탑승했다는군요.
결국 행선지는 토치기현의 카라스야마역이었는데, 본래 이 역에서 카라스야마쵸의 여름축제를 관람한 후 『은하철도 999』 영화판 제 1작의 시사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문제가 있어 상영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원작자 마츠모토 레이지가 직접 무대에 올라 사과하는 소동도 있었다는군요. 미스테리 트레인의 티켓을 영화관에 갖고 가면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으로 끝냈다고 합니다.
이 열차의 인기를 통해 이후에도 각지에서 『은하철도 999』의 운행이 계속되었고 이후 이런 형식의 이벤트 열차는 국철과 JR에서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는데, 이런 식의 관광 기획은 1979년 당시로서는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였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것은, 최종적으로 이 이벤트의 매상액이 무려 1100만엔에 이르렀다는 결과를 보더라도 알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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