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

일본의 애니메이션 잡지 시리즈(2):『애니메쥬(Animage)』 1980∼2004년.

mirugi 2008. 4. 26. 23:43

【미르기닷컴】 보유 중인 일본의 애니메이션 잡지를 시리즈로 모아봤습니다. 우선 토쿠마쇼텐이 발행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종합지 『애니메쥬(Animage)』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일본어로는 ‘아니메쥬’라는 발음인데요.

 

◆관련글:일본의 애니메이션 잡지 시리즈(1):일본 애니메이션 잡지 총리스트. (2008.04.25/[미르기닷컴])

http://blog.daum.net/mirugi/6578538

 

 

스튜디오 지부리의 출자사였던 출판사 토쿠마쇼텐이 발행하고 있는 관계로, 예전부터 스튜디오 지부리의 작품들을 비중있게 다뤄온 잡지입니다. 경쟁지인 『뉴타입(Newtype)』에서는 상대적으로 지부리 작품의 비중을 높게 다루지 않았죠. 대신 『애니메쥬』에서는 『뉴타입』이 잡지 타이틀부터 따온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아왔습니다. 일본의 양대 애니메이션 잡지가 이처럼 ‘스튜디오 지부리(미야자키 하야오) 작품 위주’ VS ‘선라이즈(『기동전사 건담』) 작품 위주’라는 식으로 경쟁 관계를 이어온 것은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사실이죠.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비중이 많고 적었다는 뜻이지 『애니메쥬』에 『건담』 기사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뉴타입』에도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 기사를 실리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니, 어느 한쪽을 아예 빼버린다는 것은 애니메이션 종합지로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겠고요.

 

 


 

 

아무튼 『애니메쥬』는 ‘animation’과 ‘image’(프랑스어)를 합쳐서 만든 제목으로, 1978년 7월호로 창간된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일선에서 대활약한 잡지입니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중반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는 PC통신을 중심으로 한 초기 오타쿠 세대가 『뉴타입』을 집중적으로 지지했던 역사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일본어 잡지가 본격적으로 대량 수입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이후, 수입전문서점이 아닌 서울 시내의 동네 서점들에도 『뉴타입』이 『논노』『앙앙』 등의 패션잡지와 함께 꽂혀 있었던 시기가 있었을 정도였죠. 당시 『뉴타입』의 국내 수입 물량은 업계에서도 화제를 모았고, 덕분에 1999년 대원씨아이 출판사에 의하여 『뉴타입』의 한국판 라이센스 잡지(『한국판 뉴타입』)의 창간이 실현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뉴타입』에 밀려 상대적으로 저조한 인지도를 가진 『애니메쥬』입니다만, 1995년까지 PC통신을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매니아층과는 거리를 둔 채 혼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오던 저는 『뉴타입』이 그렇게 인기가 있는 줄을 잘 몰랐습니다.; 덕분에 개인적인 취향에 더 맞는 『애니메쥬』 쪽을 처음부터 선호하여, 학생 시절에도 『뉴타입』은 용돈에 여유가 있을 때에만 사고 『애니메쥬』는 매달 사는 선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1990년대 초기의 『뉴타입』은 띄엄띄엄 갖고 있지만 『애니메쥬』는 대부분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과 교류가 없이 혼자 취미에 맞는 잡지를 읽다보니 고르게 된 『애니메쥬』는, 판형도 크고 처음부터 비주얼을 중심으로 뒀던 『뉴타입』과는 달리 내용도 흑백이 많고 인터뷰 기사와 데이터에 중심을 둔 잡지였습니다. (그래서 제 맘에 들었던 것이기도 하고요.) 반대로 『뉴타입』은 비주얼 측면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멋진 그림도 많고 일본어를 몰라도 보기 편한 잡지였기에 국내에서 좀 더 일반적인 인기가 많았던 것 같고요. 하지만 『애니메쥬』를 보며 매호 실리는 TV데이터와 매년 부록으로 나오던 『애니메쥬 데이터북』을 탐독하던 저는, 결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글을 쓰게 되었고 그것이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죠.

 

본 블로그도 그런 저의 성향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것이니, 그렇게 본다면 『애니메쥬』가 이 [미르기닷컴] 블로그의 원점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맨 좌측에 꽂혀 있는 것은 『디 아니메』. 그 다음에 『애니메쥬』 1980년 11월호부터

쭉 『애니메쥬』가 꽂혀 있다. 1980년 11월호에는 『사이보그 009 초은하전설』이

특집기사로 실려 있다. 그 다음 1980년대 『애니메쥬』와 1991∼1993년,

그리고 다음칸으로 넘어가서 1993년 8월호부터 1997년까지 꽂혀 있다. (2008.04.14/촬영:선정우)

 

▲왼쪽에 1994년부터 1997년, 그 다음칸에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꽂혀 있다.

 

▲2000년대 『애니메쥬』들.

 

▲왼쪽칸에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의 『애니메쥬』. 그 다음칸에는 『뉴타입』.

 

 

『애니메쥬』는 1980년 11월호부터 2004년 9월호까지 갖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빠진 호도 있지만요. 특히나 1991년부터 2004년까지는 거의 매달 구매했군요. 1993년부터는 습관적으로 사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뉴타입』도 습관적으로 매호 사게 되었고, 『애니메 V』도 매호 사게 됩니다. 『애니메디아』만 상당히 늦게까지 띄엄띄엄 샀었네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애니메디아』까지 포함해서 세 잡지(『애니메 V』는 『루커』로 변경 후 1999년 3월에 휴간되었으므로)를 전부 다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2004년 후반에 접어들면서 결국 일본 애니메이션 잡지 구매를 포기했는데요. 저는 사려면 다 사고 마는 스타일이라서, 한 잡지만 놔둔다든지 하지 않고 아예 전부 안 사기로 해버렸습니다.

 

 

그 이유로는, 우선 일본 애니메이션 정보를 얻는 데에 있어서 잡지의 중요성이 격감했습니다. 그것은 첫 번째로 애니메이션 정보 전체에 있어서 잡지라는 매체의 중요성보다 인터넷, 단행보 등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이 있겠고, 두 번째로 저라는 개인에게 있어서 2004년을 전후하여 잡지 외에도 직접 일본과 교류하면서 얻게 되는 내용이 많아졌다는 점도 있겠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제가 2004년 전후해서 보유한 책이 너무 많아져서 도저히 보관할 장소를 구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단행본도 워낙 많이 사는데 잡지까지는 도저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더군요. 게다가 2000년을 전후해서부터는 사는 책이 너무 많아서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는데, 하물며 잡지는 포장 비닐도 뜯지 못한 채 그냥 보관해두는 것이 습관화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쌓인 잡지가 4년치 5년치가 되어가니, 사서 읽지도 않고 포장도 안 뜯을 바에는 그냥 안 사는 것이 낫지 않나 싶게 된 것이죠.

 

그런 두 가지 이유로, 애니메이션 잡지 구매를 2004년 말에 포기해버린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만화 잡지 일부는 계속 구매했고, 일본과 한국의 몇몇 출판사에서는 증정본을 보내주는 곳도 있어서 2004년 이후로도 잡지는 쭉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지금도 사실 그다지 적은 양은 아닙니다.;; 그러니 빨리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고요. 일단 앞으로 2, 3년 정도 보관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은 마련해뒀습니다만, 이 정도 분량이면 2, 3년이 아니라 20, 30년은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구하지 않으면 안되겠죠.

(뭐 해결책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도서관, 혹은 박물관이죠. 책의 양으로 봐서는 도서관이겠지만, 제가 책 이외에도 각종 영상 소프트는 물론, 완구, 원고 등 실물 자료도 많기 때문에 박물관에 더 가까운 모습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그에 관해서는 뭔가 결정된 사항이 생기면 블로그에도 공개하겠습니다.)

 

 


 

 

이야기가 조금 빗나갔는데, 아무튼 『애니메쥬』는 저의 성향에 딱 맞는 잡지였습니다. 그런 『애니메쥬』가 본래 작품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단행본 시리즈인 「로망 앨범」 시리즈의 대히트를 통해 창간된 잡지라는 것은 역시 매우 시사적이죠. 지금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좋은 파트너로 활약 중인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 역시, 당초 일부 매니아들 사이에서만 주목받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특집 기사를 만들었던 담당 편집자(기자)였습니다.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는 그 후 『애니메쥬』 2대 편집장으로도 활약했고, 1989년에 스튜디오 지부리로 이적하여 『나우시카』『라퓨타』『토토로』로 흥행 성적이 점점 떨어져가던 지부리를 『마녀 배달부 키키(마녀의 택급편)』으로 히트시키게 됩니다.

 

(※일부 매니아들에겐 의외일지 모르겠지만, 스튜디오 지부리의 초기작, 특히 『이웃집 토토로』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작품입니다. 『이웃집 토토로』는 『나우시카』보다 흥행 성적이 크게 밑도는, 사실상의 ‘흥행 실패작’이었죠. 지부리가 지금처럼 성공하기 시작한 것은 『마녀의 택급편』과 『붉은 돼지』부터입니다. 이 두 작품이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흥행 기록을 갱신하면서 스튜디오 지부리 브랜드가 지금과 같이 확립된 것이죠. 참고로 『마녀의 택급편』의 흥행 수입은 전년도 작품 『이웃집 토토로』의 3배 이상이었습니다.)

 

그런 『애니메쥬』를 통해 이름을 얻은 이들로는 스즈키 토시오 스튜디오 지부리 프로듀서, 오구로 유이치로 비파파스 스태프 겸 『아니메스타일』 편집장, 그리고 이케다 노리아키, 하라구치 마사히로, 토쿠기 요시하루 등의 라이터들이 있습니다. 일본어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에반겔리온』 프로듀서였던 오오츠키 토시미치 킹레코드 상무이사도 학생 시절 『애니메쥬』 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는군요.

 

 

『애니메쥬』를 이야기하다보니 자꾸 길어지는군요. 워낙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잡지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잡지를 통해서 본 만화도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미야자키 하야오)를 필두로 『야다몽』(SUEZEN), 『도쿄 이야기』(후쿠야마 케이코) 등 좋은 작품이 많았고, 소설 연재로 『바다가 들린다』(히무로 사에코)도 있었죠. 여러 가지로 좋은 추억을 줬던 잡지였습니다.

 

ⓒ2008 [mirugi.com] http://miru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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