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일본 만화

일본의 유행어 시리즈(08):스포콘 노선.

mirugi 2008. 3. 31. 17:26

【미르기닷컴】

■일본의 유행어(08):스포콘 노선


‘스포콘’이란 ‘스포츠’와 ‘근성(콘죠)’를 합친 일본식 조어입니다. 주로 일본의 만화·애니메이션·드라마 등에 있어서 장르 명칭으로 쓰이죠. 간단히 말하자면 ‘노력과 근성’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스포츠물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어 위키피디아의 설명에 따르면, ‘노력과 근성으로 열심히 스포츠에 임하’는 것과 ‘수많은 고난을 넘어서서’ ‘승리 이상으로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려는 자세’를 그리는 장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스포콘물, 즉 스포츠근성물이 인기를 끈 배경에는, 전후 일본 부흥의 총결산을 상징하는 1964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통해 일본 국민의 다수가 스포츠에 관심을 가졌다는 상황이 있습니다. 또한 1953년 TV 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프로레슬링, 프로복싱, 프로야구의 TV 중계가 인기를 끌었죠. 그로 인하여 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진 상황에서 TV 등 영상 미디어의 발달은 자연스럽게 스포츠근성물의 유행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스포츠근성물의 예를 들자면, 1970년대에 소녀잡지에서 인기를 모았던 배구만화 『사인은 V』나 『어택 No.1』, 그리고 소년만화 중에서는 『거인의 별』 등의 작품이 ‘스포콘’ 장르에 속한다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일본의 유행어 사전에서는 『유도일직선』『금메달로의 턴』『킥의 귀신』 등의 작품을 스포콘의 대표작으로 손꼽더군요.

 

특히 『거인의 별』(카지와라 잇키 원작·카와사키 노보루 그림)의 원작을 만든 카지와라 잇키는 스포츠근성물을 논하는 데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존재입니다. 『거인의 별』 외에도 『내일의 죠』(국내 제목 『도전자 허리케인』/타카모리 아사오 원작·치바 테츠야 그림), 『타이거 마스크』(카지와라 잇키 원작·츠지 나오키 그림), 『가라테 바보 일대』(카지와라 잇키 원작·츠노다 지로&카게마루 죠야 그림), 『사무라이 자이언츠』(국내 제목 『내일은 야구왕』/카지와라 잇키 원작·이노우에 코오 그림), 『킥의 귀신』(카지와라 잇키 원작·나카죠 켄) 등 수많은 스포츠물을 발표하며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일본만화계에 큰 족적을 남긴 만화원작자죠. 카지와라 잇키가 코단샤 편집자에게 상해를 입혀 체포된 사건이 발생한 1982년 이후 스포츠근성물이 쇠퇴하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일본 사회 전체가 풍요로운 분위기에 물들었고, 덕분에 노력이나 근성과 같은 ‘땀냄새나는’ 태도는 기피되기 시작합니다. 그에 호응하듯 스포츠물에 있어서도 스포콘 대신 ‘반 스포콘’ 장르라고 할 만한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요. 1981년에 연재 개시된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를 그 선두에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는 『터치』가 그렇게까지 스포츠근성물을 부정하는 작품이었다고 하기는 힘들다고 보는데, 작가 아다치 미츠루의 전체적인 성향, 또한 『터치』가 그 후의 스포츠물에 미친 영향 등으로 인해 ‘반 스포콘’의 선두주자로서 받아들여지는 것이겠죠.

 

결국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버블이 붕괴되자 전통적인 ‘노력과 근성’의 가치관은 완전히 붕괴되었고, 이때부터는 평범한 주인공이 노력과 근성을 통해 실력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천재형 주인공이 등장하는 스포츠물이 늘어나게 됩니다. 물론 『슬램 덩크』 등과 같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경우에도 심지어 ‘노력의 천재’라는 표현이 나오는 등 역시 과거의 스포츠근성물과는 일선을 긋고 있죠. 최근의 『테니스의 왕자님』이나 『라이징 임팩트』와 같은 경우에는, 스포츠물이라기보다 사실상 ‘판타지’에 가까울 정도로 크게 바뀐 스포츠만화의 극한(?)을 보여주기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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