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일본 만화

만화 『소문난 히메코』(후지와라 에이코)의 일본판 단행본.

mirugi 2008. 3. 30. 23:52

【미르기닷컴】 과거 국내에서는 『소문난 아이 상희』『소문난 아가씨』 등으로 알려졌던, 후지와라 에이코 『소문난 히메코』 전 31권입니다. 이 작품은 쇼가쿠칸의 「소학 5년생」「소학 6년생」 등의 소위 ‘학년지’에 연재했던 만화입니다.

 

▲『소문난 히메코』 전 31권. (2007.10.10/촬영:선정우)

 

국내에서는 일본하면 만화의 천국, 만화의 왕국인 것처럼만 알려져 있습니다. 그로 인하여 일본에서는 모든 만화가가 편하게 잘 살고, 모든 만화 작품이 얼마든지 넘쳐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사실은 일본에도 절판되어 볼 수 없는 명작 만화가 산더미처럼 많고, 고전 명작은 서점보다 헌책방에서 차라리 더 찾기 쉽습니다. 그나마 ‘고전 명작’의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매니악한 작품은 애초에 헌책방에 가도 없거든요.

 

 


 

 

잘 알려진 바입니다만, 예를 들어 영화 『올드 보이』의 사례만 보더라도 그런 점을 느낄 수 있죠. 『올드 보이』의 원작인 일본만화 『루즈전기 올드 보이』(원작 츠치야 가론·만화 미네기시 노부아키)는, 『올드 보이』가 개봉되었던 2003년 11월 시점에 일본에서 품절 상태였습니다. 영화판이 일본에 수입되어 개봉되었던 2004년 11월을 전후해서 신장판이 다시 출간되었죠.

 

물론 원작만화와 내용에 다른 점이 있다고는 하나, 어쨌거나 만화판도 훌륭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게다가 이 만화가 잘 안 알려진 신인 작가의 작품인 것도 아닙니다. 원작자인 츠치야 가론은 ‘카리부 마레이’ 등 다른 필명을 통해 『미주왕 보더』 등의 작품을 발표하여 비평적으로 평가가 높은 베테랑 스토리작가입니다. 그러니 칸느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올드 보이』와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겠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즈전기 올드 보이』는,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연재된 후, 종료된지 단 5년만인 2003년에 이미 품절 상태에 들어가 일반서점에서는 거의 구할 수 없게 되었던 것입니다. 정작 일본 내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지만, 한국에서는 이 작품이 일본에서 주목을 받았는지 못받았는지 잘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화가 가능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일본에서라면 『올드 보이』처럼 히트하지 못한 작품은, 적어도 상업적인 베이스에서 영화화되기는 어려웠을 테니까요.

 

 


 

 

마찬가지로, 『소문난 히메코』와 같이 학년지에 연재된 작품은 아예 처음부터 단행본화되기도 힘들거니와 단행본화되어도 웬만해서는 재판이 거의 되지 않습니다. 『소문난 히메코』도 국내에서는 ─『소문난 아이 상희』라는 제목이긴 해도─ 기억하는 분이 나름대로 꽤 계실 테고, 일본에서도 아주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작품은 아닙니다만…. 이 글에 실려 있는 사진의 초기 버전 단행본이 나온 이후로는 완전하게 재간이 된 적이 없습니다.

 

1974년부터 1986년까지 연재된 원고가 단행본으로는 쇼가쿠칸 텐토무시 코믹스 전 31권이 발매되었는데, 그 후 2002년에 쇼가쿠칸 플라워코믹스 디럭스판으로 와이드판이 나오긴 했지만 내용 전체가 실리지 못했거든요. 그러고도 최근까지 이 작품의 전체 내용을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은, 우연찮게 고서점에서 전권 세트를 찾아내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일본에서도 온라인 만화 사이트가 활성화되면서 2007년에 「코믹파크」라는 만화 판매 사이트에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만….

 

…문제는 무려 ‘온디맨드 출판’(주문형 서적 출판)이라서 가격이 무려 전 31권에 29295엔(약 30만원)이나 하는군요.;; 온디맨드 출판이니까, 금액을 내면 그때 개인용으로 한 권씩 따로 제작해서 보내주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일본에서도 오래된 작품을 다시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는 일본만화를 구매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는데요. 아무리 특이한 일본만화라도, 헌책방이든 경매를 통해서든 개인적인 루트를 통해서든, 어떻게 해서라도 다 찾아내어 구매하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헤매다가 간신히 찾아낸 작품도 많고, 아직도 못 찾고 있는 작품도 적지 않습니다.

 

그럴 정도로 일본만화는 쉽게 절판되고 품절되어 나중에 가면 찾기 어려운 작품이 많아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죠. 사실 한국에서 만화가 출판된 후 금새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다는 불평이 많은데, 그것 역시 일본식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국의 경우엔 극단적으로 짧은 기간, 즉 2, 3년만에도 절판이 되어버리니까 일본과 차이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어쨌거나 적지 않은 수의 작품이 절판, 혹은 품절되어 구하기 힘들어진다는 점에서 일본과 한국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마지막으로 『소문난 히메코』에 대해 한 가지 추가 정보를 알려드린다면…. 이 작품은 전술했듯이 1974년부터 연재를 개시하여 1986년에 종료되었습니다만, 1997년에 「코믹 곤」이라는 잡지에서 깜짝 부활한 적이 있습니다. 「코믹 곤」은 고전 만화의 재연재를 시도했던 잡지인데, 금방 폐간되어버렸습니다만 『소문난 히메코』를 비롯하여 약간 마이너한 작품까지도 부활시켜 일부 팬들에게 호평을 받았죠.

 

『소문난 히메코』의 경우에는 「코믹 곤」의 창간호와 2호에, 히메코의 여대생 버전을 그린 『소문난 히메코 헤이세이판/웨딩 히메코 전후편』이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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