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한국 애니메이션

KBS 『불후의 명곡』 이선희편에 나온 『달려라 하니』 주제가.

mirugi 2009. 3. 31. 22:56

【미르기닷컴】 KBS 2TV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해피 선데이』의 인기 코너 『불후의 명곡』 2009년 1월 4일 방송분(216회) 이선희편에 1988년도에 방영된 한국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이진주 원작)의 주제가가 나왔습니다.

 

이 노래를 당시에 가수 이선희씨가 불렀기 때문에 나온 것인데요. 관련된 부분을 옮겨봤습니다.

 

신정환:그때 당시에 인기 최정상이셨는데…?

 

(자 막:당시 최고의 인기 가수가 만화 주제곡을?)

 

이선희:처음으로 애니메이션을 우리 힘으로 만든다고 해서요. 그래서 좋았고…. 그리고 그 만화의 주제가 너무 좋았어요, 저는….

 

(자 막:최고 만화와 최고 가수의 만남이었던)

 

탁재훈:모두의 심금을 울렸던 그 노래 『달려라 하니』, 선생님의 맑은 목소리로 들어보겠습니다.

 

(이선희 『달려라 하니』 라이브)

 

신정환:이 노래가, 88년도에 부른 노래거든요.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목소리가 똑같으세요∼. 지금은 호돌이도 많이 늙었거든요. (웃음)

이선희:고맙습니다.

 

탁재훈:이 노래의 포인트는…, 어디 있습니까?

이선희:……포인트…?

탁재훈:네.

이선희:전 그냥 불렀어요. (웃음)

 

 

가수 이선희씨가 1988년에 불렀던 『달려라 하니』 주제가는,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유명 가수가 부른 사례의 일환으로써 당시부터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던 학생들(예를 들어 저 ^^)에게도 큰 관심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특히 이선희씨의 경우에는, 드디어 제작된 국산 TV애니메이션에서 주제가를 부른 것이었기에 더욱 인상깊었죠.

(『불후의 명곡』에서도 『달려라 하니』 주제가를 부른 것에 관해, 위와 같이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을 우리 힘으로 만든다고 해서요”라고 밝히고 있다.)

 

▲왼쪽 위가 애니메이션잡지 「월간 우뢰매」 부록이었던 『달려라 하니』 애니메이션 제1화 콘티집.

주제가 가사와 악보도 실려 있다. 그 오른쪽에는 『생체 로보트 조이드』 부록 설정집,

아래 왼쪽은 역시 잡지 부록이었던 『어린이 프로 주제가 총집합─TV 노래공원』이다.

이 책자는 당시 TV 어린이 프로그램(애니메이션 포함)의 소개와 주제가 악보가 수록되어 있다.

그 옆에는 일본소설 『고교교사』의 문고판 단행본. (2000.05.20/촬영:mirugi)

(※필름 카메라로 찍었는데 초점이 맞지 않아서 흐리다. 이 책자들이 전부 다른 장소에 보관 중이라 당분간 갖고 오기 힘들어서 옛날에 찍어서 홈페이지에 올렸던 사진을 다시 옮겨온 것. …나중에 다시 찍어서 사진을 바꿔놓도록 하겠다.;;)

 

 

 


 

 

 

참고로 제가 패션잡지 「월간 BOOM」 1998년 1월호에 실었던 애니메이션 칼럼 「1997년 한국애니메이션의 변화」에서 인기가수가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른 사례에 관해 정리한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과거 일본애니메이션인 『목장의 소녀 캐트리』를 남궁옥분, 『들장미소녀 캔디』를 혜은이, 『마야 붕붕』을 정수라, 『소공녀 세라』를 이선희, 『도전자 허리케인』을 김종서가 불렀던 적이 있었고, 김국환의 경우에는 성인가요로 히트하기 전에는 『은하철도 999』, 『천년여왕』, 『미래소년 코난』, 『축구왕 슛돌이』 등의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많이 불렀던 경력이 있다.

(※『소공녀 세라』의 경우에는 마지막화에 나온 특별 버전만 이선희가 불렀음.)

 

한국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2020 우주의 원더키디』를 소방차, 『달려라 하니』와 『천방지축 하니』를 이선희, 『날아라 수퍼보드』를 김수철이 불렀다.

 

그런 예를 처음으로 깬 것이 바로 이번 『영혼기병 라젠카』의 주제가이다. 이 음반은 『영혼기병 라젠카』의 음반으로 발매된 것이 아니고, NexT의 제 4집으로서 「넥스트Ⅳ/Lazenca - A Space Rock Opera」라는 제목으로 발매된 것이다.

 

from 「월간 BOOM」 1998년 1월호 선정우 칼럼 《1997년 한국애니메이션의 변화》

 

 

보다시피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인기 가수가 부른 것이 이선희씨가 처음도 아니고, 또 이선희씨 역시 『달려라 하니』를 부르기 이전에 『소공녀 세라』에서 이미 애니메이션 주제가에 도전한 바 있었지만, 그래도 김국환씨를 제외하면 이선희씨가 『소공녀 세라』와 『달려라 하니』의 오프닝과 엔딩, 『천방지축 하니』의 오프닝과 엔딩 등으로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굉장히 많이 불렀다는 점을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2020 우주의 원더키디』의 소방차 이후, 초기 국산 TV애니메이션이던 『달려라 하니』의 주제가를 불렀다는 점도 중요하고요. 특히 『달려라 하니』는 국산 TV애니메이션 중에서는 지금까지도 많은 매니아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고전 명작’에 속한다는 점도, 이선희씨의 주제가를 더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죠.

 

▲보유하고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만화 주제가 CD들.

(다만 이것들은 제외. 중간의 『녹색전차 해모수』는 주제가 CD가 아니라 애니메이션 본편이 수록된 VCD다.

맨 윗줄의 왼쪽은 외국 애니메이션인 『The Last Unicorn』의 네덜란드에서 발매된 OST CD.

그 다음줄 왼쪽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국 방영판 주제가를 모아놓은 CD로, 표지에 그려져 있는 것은

얼마 전 영화로도 제작된 『스피드 레이서』. 그리고 그 아래와 또 그 아래줄 왼쪽은 각각

코믹마켓의 CD-ROM 카탈로그들이다. 그리고 아래줄의 오른쪽 『누들누드』 역시 주제가 CD가 아니라

만화 작품이 수록된 CD-ROM. 이것들만 빼고 나머지는 전부 한국의 애니메이션&만화 주제가 CD들.)

2000년에 찍은 사진이므로, 지금은 이것보다 더 늘어나 있다. (2000.01.18/촬영:mirugi)

 

▲팜플렛이나 화보집, 포스터, 소설 단행본 등 각종 『블루 시걸』 관련 물품 사이사이로,

『레스톨 특수구조대』나 『스피드왕 번개』 OST CD, 그리고 『녹색전차 해모수』 싱글CD 등이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진 한가운데 노란색 카세트테이프가 바로 『둘리와 까치』 주제가 테이프.

(1999.09.30/촬영:mirugi)

 

 

이와 같이 인상적인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돌이켜볼 때, 재녹음된 버전이 아닌 당시 방영된 버전의 주제가를 모은 애니메이션 컴필레이션 앨범이 발매될 수는 없을까 안타깝습니다. 1990년대 이후 주제가라면 저도 갖고 있는 『KBS TV 만화영화 노래모음』 CD 등이 본래 방영버전의 주제가를 수록하고 있습니다만, 1990년 이전의 작품들은 태반이 재녹음판으로밖에 음반이 남아 있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죠….

 

일본에서는 최근, 제작사나 방송국에서 음원이나 영상을 남겨놓지 않은 작품(주로 드라마)의 경우에는 매니아들의 소장본을 빌려서 음질 조정을 거쳐 DVD로 출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한국애니메이션의 주제가도 그렇게나마 음반화될 수 있으면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아니, 제가 직접 뛰어들고 싶기도 하지만 역시 저작권 문제 해결이 여러모로 귀찮을 것 같아서 아직 엄두가 안 나네요.

 

(무엇보다도, 그렇게 해서 출시해봤자 진정한 매니아가 거의 없는 한국 현실에서 얼마나 팔릴지도 걱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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