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서브컬처/IT&캐릭터&기타

일본의 유행어 시리즈(01):엣치.

mirugi 2008. 3. 30. 23:59

【미르기닷컴】 앞으로 한동안 일본의 옛날 유행어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일본은 한국 못지않게 유행어의 생성과 사멸이 빠른 사회입니다. 그 때문에 붐도 많고, 또 유행이 지나면 사어(死語)라 하여 사용하는 것이 쑥스럽게 보여지는 편이죠.

 

예전에 국내에서 일본의 ‘한류 열풍’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사실 그런 식의 붐 자체는 일본 사회에서 1, 2년 이상 이어지지 못합니다. 물론 일본은 팬덤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보니 한류 연예인들이나 한류 드라마 자체에 대한 팬들은 지금도 잔뜩 남아 있습니다. (아니,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도 일본의 팬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2004년 전후와 같은 한류의 ‘열풍’ 자체는 이미 사라졌고, 이제 와서 일본의 일반 사회에서 관련된 단어를 말하는 것은 조금씩 쑥스러워지는 상황이란 이야기죠.

 

그러다보니 일본 사회의 변천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그와 같이 지금은 ‘사어(死語)’가 되어버린 단어들을 알아두는 것은 꽤나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일본에서도 『유행어 사전』 등이 매년 출간되어 그때그때 사회 상황을 남겨놓고자 하는 것이겠고요. 아래는 그와 같은 일본의 유행어를 설명해놓은 책의 내용을, 제 나름대로의 지식을 덧붙여서 추가해본 것입니다.

 

 


 

 

■일본의 유행어(01):엣치

 

‘엣치’는 본래 1950년대 일본의 여학생들 사이에서 통용되던 은어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주간 아사히』 1952년 4월 13일호에 실려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일본어 ‘변태(헨타이)’의 영어 표기인 ‘hentai’의 두문자 ‘H’를 따온 것이 어원이라는 설은 『주간 요미우리』 1955년 8월 28일호에 실려 있다고 하고요. (참조:일본 위키피디아)

 

그러다가 이 단어가 일본 사회에서 널리 유행하게 된 계기는, 일본의 소설가 후나하시 세이이치가 아사히신문에 연재하던 소설 『하얀 마어(魔魚)』(1955년∼1956년 연재)에서 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에 관해서 일본 위키피디아에서는 『메이지·타이쇼·쇼와의 신어·유행어 사전』(산세이도, 2002년 발행)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만, 제가 1990년대 초반에 대학 도서관에서 접했던 일본의 유행어 사전(아마도 1980년대 발행)에도 똑같은 내용이 실려 있던 것으로 보아 이 계기에 관해서는 훨씬 이전부터 정설로 자리잡았던 것 같군요.

 

‘엣치’라는 단어는, 실제 영어 알파벳의 ‘h’를 ‘에이치’라고 표기함으로써 서로 구별하고 있습니다. 일본어의 유의어인 ‘스케베’나 ‘헨타이’와는 달리, 은어로서 보다 덜 노골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발생 이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주 사용되고 있죠. 특히 성인 남성보다는 여전히 여성, 여학생들 사이에서 주로 통용되고 있는데, 아마 국내에서도 대부분의 분들은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이 단어를 접했을 것입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도 대부분의 경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이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덜 노골적인 표현인 ‘엣치’가 대사에 자주 등장하기 마련이니까요.

 

 

어쨌거나 본격적인 유행으로부터도 50년이 이미 지난 이 ‘엣치’란 단어는, 일본에서도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생명력이 긴 유행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실상 유행어가 아닌 사회적인 ‘일상어’가 되었다고 하는군요.

 

ⓒ2008 [mirugi.com] http://mirugi.com/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