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기닷컴] 이번에는 한국잡지에 실은 칼럼 고지입니다. ‘판타지·SF·미스테리·호러·컬처 매거진’이라고 하는 「판타스틱」 2007년 11월호에 『에반겔리온 신극장판: 서』를 소개하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21세기로, 10년만에 귀환하다─『에반게리온 신극장판─서(序)』」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참고로, 작품 제목을 저는 『에반겔리온 신극장판─서(序)』라고 썼는데, 편집부에서 『에반게리온』으로 고친 것 같습니다. 아마 국내 많은 매체 및 한국 공개판에서 그렇게 쓰기 때문인 것 같은데, 일본어 제목을 그대로 표기한다는 의미라면 모를까 원제 자체가 『EVANGELION』이고 관련된 단어의 한국어 표기에서도 ‘L’ 발음을 그대로 살린다는 점(‘에반젤린’ 등)을 고려할 때, 작품명을 『에반겔리온』으로 표기하는 편이 더 낫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만약 이걸 『에반게리온』이라고 굳이 표기해야 한다면, 『기동전사 건담』은 『기동전사 간다무』, 『파이널 판타지』는 『화이나루 환타지』라고 표기해야겠죠. 다른 작품의 영어 제목은 전부 영어 발음에 맞춘 표기를 채택하면서, 굳이 『에반겔리온』만 에반‘게’리온으로 표기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그 부분은, 편집부로서는 공식 표기에 맞춘 것일 테니 편집부 측에 항의하는 것은 아니고요. 일반적인 표기 방법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칼럼에는 다른 부분 때문에 편집부에 불만을 표해야 하겠습니다.
일단 기사 소개문 부분에서 저를 ‘만화/애니메이션 평론가’라고 쓴 부분부터 지적하고 싶습니다만, 뭐 이런 착각은 하도 자주 겪는 일이니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저는 공식적·비공식적으로 저 자신을 ‘평론가’로 칭하지 않습니다. 특정 자리에서 굳이 저를 평론가로 소개한 경우에 소개자의 체면을 생각해서 굳이 부정하지 않은 경우는 간혹 있지만, 저 자신이 평론가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평론가라고 자칭하는 일은 없습니다.
뭐 하지만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고, 다른 사람들이 뭔가 수식어를 붙일 것이 없으니 평론가라고 부르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그런가 보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부분입니다. 저는 이번 기사를 쓰면서 제가 직접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촬영한 사진만을 편집부에 제공하고, 그에 따라 상기 문구를 기사 말미에 적었습니다. 전부 제가 개인적으로 촬영한 사진이었으므로, 기본적으로 법적으로도 문제없는 ‘인용’에 해당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이 글 자체가 비평문이라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니 작품 사진일지라도 어느 정도는 인용이 가능할 것입니다만, 정확한 판단은 『에반겔리온』 판권 회사에 문의하거나 재판에 의하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죠.)
그런데, 출판되어 나온 기사를 보니 편집부에서 자체적으로 수집한 것으로 보이는 『에반겔리온』 관련 화보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타 잡지(외국 잡지)의 화면을 그대로 실은 화보도 포함되어 있더군요. 이런 식의 화보 사용이 과거에는 일반적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지금도 적지 않은 매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라는 것도 알고 있으니 「판타스틱」 편집부만을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상기 ‘사진 이미지는 전부 필자가 직접 촬영한 것으로∼’라는 문구를 집어넣으면서, 제가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닌 화보를 다수 사용함으로써 마치 제가 해당 화보(제가 촬영한 사진이 아닌 화보)를 제공한 듯이 보이도록 한 편집 방식입니다. 이런 식으로 제가 제공하지 않은 화보를, 그것도 다수 사용할 것이었다면 제게 알려주거나 최소한 ‘①∼④ 사진을 제외한 다른 화보는 필자가 준비한 것이 아니라 편집부에서 실은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해당 화보에 대한 저작권 문제의 책임이 편집부로 귀속될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실 이런 기사에서 화보 사용에 관한 저작권 문제는 미묘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금 이 「21세기로, 10년만에 귀환하다─『에반게리온 신극장판─서(序)』」라는 기사에 사용된 화보들이 저작권법상의 ‘보도’에 있어서 인용에 해당할지는 단언하기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분명히 남아 있는 것이고, 그래서 저도 그런 화보를 사용해달라는 요구를 편집부 측에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대신 제가 직접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촬영해온 몇몇 사진을 대체 화보로 보내드렸던 것이고요.
그런데 「판타스틱」 편집부에서는, 제게 추가 화보를 요구하는 연락을 취하지도 않은 채 다른 화보를 상당수 실어버렸습니다. 거기에 ‘사진 이미지는 전부 필자가 직접 촬영한 것으로∼’라는 문구는 그대로 남겨놓아, 마치 제가 해당 기사의 다른 화보까지 전부 제공한 것처럼 보이게 했고요. 저는 그 부분에 대해 항의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여기에 적어도 「판타스틱」 독자 중 몇 분이나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해당 기사의 화보 게재에는 이런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히 명기해놓고 싶습니다. 저는 「판타스틱」 2007년 11월호 269페이지 상단부에 흑백으로 실린 ①∼④번 사진을 제외한 다른 『에반겔리온』 화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나저나, 기껏 촬영해서 준 사진은 왜 또 흑백으로 실었는지 모르겠더군요. 저작권에 문제가 있을 것 같은 다른 화보들은 컬러로 실었는데….)
이런 유감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판타스틱」이란 잡지 자체에 대해서는 별 불만이 없습니다. 국내에서 드물게 소위 ‘장르문학’이라 불리우는 분야에서 활동하는 잡지라는 점에서, 오히려 지지를 하고 싶은 입장입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번 일이 유감스러웠습니다. 「판타스틱」으로서는 이번 기사가 별로 메인도 아닐 것이고, 그냥 ‘조미료’ 정도로 들어가는 기사일 뿐인데 굳이 저작권 문제의 소지가 있는 화보를 다수 사용할 필요도 없었을 것 같은데….)
많은 팬들이 기다리던 만화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권교정 작)의 재연재가 시도되고 있는 점에서, 만화 독자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잡지이고 말이죠.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제 2회(권교정/「판타스틱」 2007년 11월호)
앞으로 또 「판타스틱」에 기고를 하게 될 일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차후에는 저도 필자로서 이런 일이 없도록 확실하게 강조를 해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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