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기닷컴] 일본에는 ‘동인음악’이란 것이 있습니다. 일본의 코믹마켓을 필두로 한 동인시장은 한국보다 훨씬 자유로운 장르의 참여가 가능한데요. 저작권의 준수에 있어서 한국보다 더 엄격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저작권 관련해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저작권자에게 무단으로 시행되는 2차창작’이 이루어지는 것 역시 일본의 동인시장입니다.
그런 사이에서, 한국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코믹월드를 필두로 한 한국형(?) 동인시장에서는 설 자리 자체가 없는 ‘동인음악’(실제로 코믹월드에서는 동인음악 서클의 참가를 거부한 바 있습니다), 역시 한국에서는 유지가 힘든 ‘동인평론’(정보지를 포함) 서클도, 일본의 코믹마켓에는 다수 존재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일본의 코믹마켓은 참가 신청자가 워낙 많은 반면 대형 메이저 서클은 기본적으로 참가가 받아들여지는 시스템 탓에, 메이저 서클이 아닌 곳은 참가 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질 확률이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고 일컬어집니다. 그런 와중에 메이저 서클 외에도 특별히 코믹마켓에 당선될 확률이 높은 서클들이 있습니다. 바로 각 대학의 ‘만화 연구회’들입니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만화 동아리’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코믹마켓은 대학의 만화 동아리들에는 특별히 자리를 잘 내주도록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것은 1975년 코믹마켓 제 1회가 시작되었던 당시부터 대학들의 만화 동아리가 그 시작에 크게 기여를 했고, 또 대학 만화 동아리야말로 아마추어 동인만화의 바탕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그 부분은 차후에 다시 한 번 다뤄보고 싶고, 오늘은 그런 일본의 동인시장에서 중요한 한 장르가 되어 있는 ‘동인음악’의 CD로서, 최근 일본에서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동영상사이트 ‘니코니코동화’에서 만들어진 곡을 바탕으로 한 「에어맨을 쓰러뜨릴 수 없어」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이전에 다른 분들과 다함께 구매했던 CD들.
일단 가사는 다음을 참조하시고요. 이 노래는 본래 『록맨』이라는 게임에 들어있던 곡인데, 어느 니코니코동화 유저가 패러디 가사를 붙여 새롭게 자신들이 연주한 버전으로 올리면서 높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무려 75만회의 재생회수를 기록했다고 하네요. 그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리믹스한 버전도 수없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그런 인기로 인해 동인CD까지 내게 된 것인데요.
니코니코동화는 얼마 전인 2007년 11월 16일, 일본의 NPO법인인 EC연구회가 주최한 「제 4회 일본브로드밴드비즈니스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일본의 유명 동영상사이트입니다. 시장 진입으로부터 10개월만에 300만명의 등록회원과 8만명의 유료회원을 보유하게 된 인기 사이트로서, 최근 일본의 IT업계와 콘텐츠업계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로 인하여, 니코니코동화에서는 이 「에어맨을 쓰러뜨릴 수 없어」 동인CD 외에도 여러 가지 형태의 비즈니스 결과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 『신 고케츠지일족 ─번뇌해방─』(신 호혈사일족)에 나오는 곡 「렛츠 고! 음양사」가, 니코니코동화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사운드트랙 CD, 휴대전화 착신음원 및 노래방에도 등록되어 인기를 모은 경우도 있고요.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애니메이션 음악 밴드 ‘잼 프로젝트(JAM Project)’에서는 니코니코동화를 통한 팬 리믹스 기획 「잼 프로젝트 리믹스 축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에어맨을 쓰러뜨릴 수 없어」 음악CD와, 그 옆에는
별로 상관은 없지만 같이 구매했던 게임 『괭이갈매기 울 적에』 CD-ROM.
「에어맨을 쓰러뜨릴 수 없어」는 그런 니코니코동화에서 「추억은 억천만」과 함께 인기가 높았던 곡인데요. 둘 다 게임 『록맨』에서 유래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에어맨을 쓰러뜨릴 수 없어」에 이은 파트2로서 「이녀석은 정말로 협력할 생각이 있는 건가?」란 곡이 2007년 10월에 역시 동인CD로 출시된 바 있습니다. (이 곡은 아직 구매하지 않았는데, 다음 번 구매시에 포함시킬 생각입니다.)
어쨌거나 일본의 동인시장은 비단 동인지나 동인굿즈만이 아니라 동인음악, 동인평론, 기타 수많은 동인 상품을 통해서 폭넓은 시도를 하고 있는 점이 부럽습니다. 코믹마켓의 거대함은 서클수 3만5천, 참가자수 55만명의 규모 뿐만 아니라, 그런 다양한 장르와 폭넓은 자유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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