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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 보기:「만화왕국」에 연재된 『푸른 포에닉스』(김진).

mirugi 2009. 4. 25. 18:40

【미르기닷컴】 「만화왕국」에서 『짝꿍』을 통해 처음 접했던 김진 작가님의 후속작은, 예상치 못했던 우주 배경의 스페이스 오페라풍 만화 『푸른 포에닉스』였습니다. 그래도 좀 더 여성 취향이고 아동풍의 작품이었던 『짝꿍』과 비교하면 겉보기에 너무나도 다른 작풍에 놀라기도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창간된 순정만화 전문잡지 「르네상스」의 초기 단편들을 접하게 되면서 김진 작가님의 다양한 장르를 느끼게 되었죠.

 

(『푸른 포에닉스』는 「만화왕국」 1988년 10월호부터 연재 개시, 「르네상스」는 1988년 11월호 창간. 「르네상스」에서는 창간호부터 통권 3호까지 단편 『16시 36분』, 『별빛나기』, 『시벨』을 싣고, 1989년 2월호부터 장편 『불의 江(강)』을 연재 개시.)

 

 

▲「만화왕국」에 실린 『푸른 포에닉스』 연재 제 3회.

표지의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라는 문구는 도트 프린터로 출력한 것이 분명한데,

(나도 1990년에 24핀 도트 프린터를 구매했었기 때문에 도트 프린터 출력물은 익숙했다.;;)

그런데 저런 식으로 그림을 얹은 것은 어떤 방식으로 만든 것일지 조금 궁금하다.

도트 프린터로는 대부분의 종이에 출력이 가능하니까, 먼저 원고용지에 직접 출력한 다음

그 원고용지에 그림을 그리는 수법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그 해답은 『푸른 포에닉스』 원고를 직접 살펴보지 않는 한 알 수 없을 듯. -_-

(2009.04.25/촬영:mirugi)

(※이 사진은 mirugi가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을 촬영한 것으로,

이 원고의 저작권은 만화가 김진 선생님께 있습니다.)

 

 


 

 

「만화왕국」 역시 ‘아동만화 잡지’이긴 했으나 그래도 아동만화 잡지의 독자층에는 소녀들보다 소년들이 많았지 않았을까 추측하는데, 그 때문에 SF인 『푸른 포에닉스』의 연재도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푸른 포에닉스』는 조금 높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했다고 생각되는 내용이었는데…. SF적인 설정이나 배경을 만화가 김준범 작가(대표작 『기계전사 109』 등)가 담당하는 등 본격적인 SF만화로서도 독특한 위치에 있는 작품이었죠.

 

또 상당히 초기부터 작품에 컴퓨터를 사용한 효과를 사용하고 싶어했던 김진 작가님 작풍이 엿보이는 부분도 꽤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SF적인 배경 묘사나 소품까지도, 당시의 순정만화 작품 중에서는 굉장히 수준급의 그림을 보여주었다.

SF적인 소품과 배경 등을 전문적인 작가에게 설정을 맡겼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당연하겠지만, 작가 본인이 설정을 직접 담당했으면서도 훌륭한 레벨의 묘사를 보여준

순정SF만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2009.04.01/촬영:mirugi)

(※이 사진은 mirugi가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을 촬영한 것으로,

이 원고의 저작권은 만화가 김진 선생님께 있습니다.)

 

▲왼쪽이 『푸른 포에닉스』 1부 완결편의 가장 끝페이지.

오른쪽은 「소년 중앙」에 연재되었던 『노랑나비 같이』의 연재 마지막화. (2009.04.01/촬영:mirugi)

(※이 사진은 mirugi가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을 촬영한 것으로,

이 원고의 저작권은 만화가 김진 선생님께 있습니다.)

 

▲『푸른 포에닉스』 1부 완결편의 가장 끝페이지에 부록으로 실려 있던,

작중에 등장하는 가상의 우주국가 ‘아카이아’의 문자.

한글 자모와 영어 자모에 각각 대응되어 있다는 점이 독특했다. (2009.04.01/촬영:mirugi)

(※이 사진은 mirugi가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을 촬영한 것으로,

이 원고의 저작권은 만화가 김진 선생님께 있습니다.)

 

 

김진 작가님은 상당히 SF적인 설정을 좋아하는 취향이었던 듯, 세세한 소품부터 거대한 전함까지 전부 설정화를 바탕으로 그렸던 것 같습니다. (일본 같았으면 연재 지면에 그런 설정화도 부록으로 실렸을 텐데 아쉽게도 지금까지 『푸른 포에닉스』의 설정화는 공개되지 못한 듯 합니다….)

 

‘아카이아 문자’ 역시 치밀한 설정을 즐겼던 김진 작가님의 취향이 드러난 것 같은데요. 잘 보면 작중 곳곳에 아카이아 문자가 설정에 맞게 그려져 있어서, 이 마지막화 문자표를 보고 다시 하나하나 찾아봤던 기억이 나네요.;;

 

 

『푸른 포에닉스』 자체는 이후 시공사의 만화잡지 「쎈」에 연재가 되었으나 역시 중단되었고, 단행본도 시공사에서 3권까지 나온 것 외에는 외전들만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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