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잡지 「영챔프」 창간준비호&창간호 다시 보기.
【미르기닷컴】 이전에 「영챔프」 창간호를 보고 싶다던 분이 계셨던 것 같은데, 이번에 「영챔프」가 온라인 잡지로 바뀌는 김에 한 번 오프라인 잡지의 창간준비호와 창간호를 다시 살펴보는 기회를 가져볼까 합니다.
우선 「영챔프」 창간호 이전에 나왔던 「영챔프 Special(스페셜)」입니다. 창간을 준비하기 위해 1994년 2월 8일에 발행된 잡지인데요. 『新 붉은매 외전』을 비롯한 작품들이 실려 있습니다.
▲창간준비호에 해당하는 「영챔프 Special」. 1994년 2월 8일 발행된 한 권만 나온 후
곧 「영챔프」 창간호로 이어졌다. (2009.04.19/촬영:mirugi)
그리고 「영챔프」 창간호는 1994년 6월 1일호입니다. 가격은 「영챔프 Special」과 같은 2000원이었습니다. 잡지 가격은 그 후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2000원을 유지했고, 현재도 「영챔프」는 3000원, 「부킹」은 2500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영챔프」 1994년 6월 1일 창간호, 창간 제 2호, 창간 제 3호. (2009.04.19/촬영:mirugi)
▲왼쪽부터 「영챔프」 창간 제 4호, 창간 제 5호, 1995년 5월 15일호(통권 24호). (2009.04.19/촬영:mirugi)
「영챔프」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은 듯 한데, 물론 비판하는 주장에 대해 반드시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가격면에서 15년간 2000원→2500∼3000원으로 매우 낮은 수준의 가격을 유지해온 오프라인 잡지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1994년 이후 지난 15년간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2000원에서 2500∼3000원으로 단돈 500∼1000원밖에 상승하지 않은 만화잡지의 가격은 충분히 저렴한 수준입니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소비자 물가지수 기준으로 1994년 이후 매년 많으면 6∼7% 이상, 적어도 2∼3% 정도의 상승을 기록했는데, 정확히 계산해보면 1994년 이후 물가가 75% 상승한 것으로 나옵니다. (참조:e-나라지표 사이트)
그렇다면 창간 당시 2000원이었던 잡지 가격은 최하 3500원이 되어야 정상이라는 이야기인데, 실제로는 2500원∼3000원이니 꽤나 저렴한 셈이죠. (겨우 500∼1000원 싼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단돈 2000원 짜리 잡지에서 500∼1000원이면 상당히 큰 폭입니다. 전체가격의 25∼50%나 차지하는 비중이니까요.)
특히, 애초부터 1994년 당시로서도 2000원은 매우 저렴했던 가격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에도 만화잡지 외에는 2000원에 살 수 있는 책이 많지는 않았죠. 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출판사 내부적으로도 인건비 상승도 억제되었고 물론 작가들의 원고료도 지난 15년간 거의 전혀 오르지 못했던 것입니다.
한국에서 지난 30년 가까이 만화잡지의 원고료가 오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 일본에서는 지난 50년간 만화잡지의 원고료가 전혀 오르지 못했다는 내용의 책까지 출판되었을 정도이기 때문에…. 애초에 일본식 만화잡지 시스템이란 것이 작가들과 내부 인력의 비용을 최대한 억제함으로써 저렴한 가격을 유지해서 많은 대중에게 팔자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그 부분은 어쩔 수가 없는 듯 합니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만화잡지 시스템의 영향력이 떨어졌고, 또 일본은 최소한 지난 15년간은 물가상승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한국에서는 75%나 상승했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건비를 억제하는 방식의 문제점이 크게 부각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어쨌든 그 부분은 차후에 기회가 되면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계속해서 「영챔프」 창간준비호와 창간호를 살펴보도록 하죠. 「영챔프 Special」과 「영챔프」 창간호에 실려 있는 만화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영챔프 Special」(도서출판 대원/발행일:1994.02.08/준비호/2000원)
*『新 붉은매 외전』 글:소주완, 그림:지상월 (단편)
*『on the Road』 글:이용탁, 그림:김정수 (단편)
*『겨울 이야기』 글:이종욱, 그림:김지원 (단편)
*『어느 시골마을에서 생긴 일』 글·그림:김종한 (단편)
*『타임슬립 쓰시마해전』 글·그림:김은기 (단편)
■「영챔프 1994년 6월 1일호」(도서출판 대원/발행일:1994.06.01/창간호, 통권 1호/2000원)
*『新 붉은매 외전』 글:소주완, 그림:지상월 (1화)
*엽서/그림:지상월 (일러스트)
*『Beat』 글:박하, 그림:허영만 (1화)
*『天上天下(천상천하)』 글·그림:서정인 (1화)
*『불문율』 글:현강석, 그림:김정수 (1화)
*『B.B. COP』 글:이영일, 그림:이덕일 (1화)
*『Teacher X』 글·그림:김수정 (1화)
*『에이틴 러브』 글·그림:김종한 (1화)
*『한국의 만화가 - 김수정』 글:황민호 (기사)
*『점과 선』 글·그림:박탄 (1화)
*『CLUB 1974』 글·그림:김곡 (1화)
*『熱血江湖(열혈강호)』 글:전극진, 그림:양재현 (1화)
*『영메가폰 - 허영만의 만화세계』 글:김영수 (기사)
*『인공두뇌 나흐트 야거』 글:김은기, 그림:이기석 (1화)
*『GON』 글·그림:TANAKA MASASI (1화)
*『BOW WOW』 글·그림:YAMAMOTO TERRY (1화)
(※상기 정보는 [미르기닷컴] 만화잡지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것입니다.)
「영챔프 Special」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영챔프」의 창간준비호로써 1994년 2월 8일 발행된 「영챔프 Special」.
표지 일러스트는 소주완 글·지상월 그림의 『新 붉은매 외전』. (2009.04.19/촬영:mirugi)
▲「영챔프 Special」에 실린 화보. 그룹 S·O·S의 그라비아 사진.
…뭔가 1990년대스러운 패션. (2009.04.19/촬영:mirugi)
▲왼쪽은 역시 그라비아 화보. 그룹 APPLE의 사진.
오른쪽 페이지는 『新 붉은매 외전』 시작 페이지. (2009.04.19/촬영:mirugi)
▲소주완 글·지상월 그림의 1990년대 인기작 『붉은매』의 외전인 『新 붉은매 외전』.
(2009.04.19/촬영:mirugi)
▲1994년 당시에도 이미 만화잡지에 엽서를 보내는 독자수는 많이 줄어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보다 고연령층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영챔프」라는 잡지의 특성상, 엽서를 보내주는 독자들에게
좀 더 많은 메리트를 안겨주려는 목적이 보이는 홍보문구. (2009.04.19/촬영:mirugi)
1994년 2월에 「영챔프 Special」이 나온 4개월 뒤, 「영챔프」는 1994년 6월 1일호로 본격적인 창간을 하게 됩니다. 역시 표지 일러스트는 히트작 『붉은매』의 인기를 등에 업은 『신 붉은매 외전』이 장식했고, 창간선물로는 배우 심은하씨의 브로마이드가 증정되었습니다.
▲「영챔프」 창간호인 1994년 6월 1일호 표지. (2009.04.19/촬영:mirugi)
▲1994년 6월 1일 「영챔프」 창간호에 수록된 배우 심은하의 화보. (2009.04.19/촬영:mirugi)
▲「영챔프 Special」에 실린 단편에 이어, 본격적으로 『新 붉은매 외전』 연재가 개시되었다.
(2009.04.19/촬영:mirugi)
▲『新 붉은매 외전』 연재를 앞두고 캐릭터 소개 페이지도 들어갔다.
(2009.04.19/촬영:mirugi)
▲나중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높은 인기를 끌었던 『비트(Beat)』도, 바로 이 「영챔프」 창간호에서부터
연재가 시작되었다. (글 박하·그림 허영만) (2009.04.19/촬영:mirugi)
▲나중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높은 인기를 끌었던 『비트(Beat)』도, 바로 이 「영챔프」 창간호에서부터
연재가 시작되었다. (글 박하·그림 허영만) (2009.04.19/촬영:mirugi)
▲왼쪽은 「소년 챔프」 광고. 오른쪽은 연재작 『불문율』 제 1회 시작 페이지.
(글 현강석·그림 김정수) (2009.04.19/촬영:mirugi)
▲왼쪽은 『B.B. COP』(글 이영일·그림 이덕일),
오른쪽은 『teacher X(티처 X)』(글·그림 김수정) (2009.04.19/촬영:mirugi)
◆관련글:1994년 「영챔프」 연재 만화:『B.B. COP』(이영일 글·이덕일 그림) (2008.10.07/[미르기닷컴] 다음블로그)
http://blog.daum.net/mirugi/7147374
▲왼쪽은 『에이틴 러브』(글·그림 김종한), 오른쪽은 만화가 김수정 선생님 기사.
(2009.04.19/촬영:mirugi)
▲왼쪽은 『CLUB 1974』(글·그림 김곡), 오른쪽은 이후 1990년대의 대표적인 인기만화로 자리잡게 된
『熱血江湖(열혈강호)』(글 전극진·그림 양재현). (2009.04.19/촬영:mirugi)
▲『熱血江湖(열혈강호)』(글 전극진·그림 양재현)의 연재 첫 페이지.
이 페이지가 바로 15년 전, 『열혈강호』 인기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2009.04.19/촬영:mirugi)
▲「영챔프」 창간호에는, 1991년 12월 5일 「소년 챔프」 창간 이후 약 2년 반 동안 《챔프 만화대상》에서
등단한 작가들의 이름과 함께 《제 1회 YOUNG 신인 만화 대상》이라는 공모전을 열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마감은 약 4개월 후인 1994년 10월 31일.
참고로 이 광고에 《챔프 만화대상》 등단 작가로 이름이 실린 것은 ‘서정현, 김곡, 이우영, 이명진, 박상용,
손희준, 이태호, 신재욱, 유현, 이상혁, 고병규’ 등 11명.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의
이름도 보인다. 특히 코믹팝에서 복간한 『출동! 먹통-X』의 고병규 작가님이 눈에 띤다. ^^;
(2009.04.19/촬영:mir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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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꽂혀 있어도 부끄럽지 않은 만화책’이라는 것을 굳이 단행본 광고문구로 사용할 정도였다는 것에서,
1994년 당시까지도 만화책은 일반적으로 ‘소장용’으로 생각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만화책을 가치있는 ‘작품’으로 생각해온 사람들이 지금의
한국 만화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 시절의 추억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닐 듯.
(2009.04.19/촬영:miru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