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기닷컴】 본 블로그에서도 몇 번 이야기했지만, 저는 몇 년 전부터 만화 도서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있습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하면….
제가 갖고 있는 자료의 수가 꽤 많은 편이라는 것은 이 블로그에 자주 오는 분이라면 이미 알고 계시겠습니다만, 단순히 만화책만 많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행본 수는 정말 많은 분들과 비교하면 그렇게까지 많은 것도 아님) 다른 곳에는 거의 없는 자료를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단행본만이 아니라 잡지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든지, 일본만화의 경우 번역판이 아닌 일본어판을 상당히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나, 심지어 일본만화까지도 잡지를 상당수, 그것도 종류별로 갖고 있다는 점도 그렇겠죠. 더불어 만화책만이 아니라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서적들을, 한국책만이 아니라 일본책까지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자료들일 겁니다. 특히 화보집이나 무크지, 설정집 등과 같은 책만이 아니라 평론서나 연구서가 많다는 점도 있고요.
그밖에도 애니메이션 영상 소프트나 CD, 포스터, 각종 굿즈 등도 물론 잔뜩 있습니다만…. 제 보유 자료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스크랩 자료입니다. 1980년대부터 신문이나 잡지에서 만화와 관련된 내용은 무조건 모아뒀던 것이죠….
요즘은 웬만한 신문이 과거의 지면을 디지털 아카이브로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버려서 더 이상 기사 스크랩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만, 지금도 국내외의 각종 티켓이나 전단지, 팜플렛 등이 보이면 모아놓기는 하고 있습니다. (컬렉터가 아닌 관계로 일부러 수집까지는 하지 않습니다만….)
마침 바로 오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경향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의 매체와 협약을 맺고 1976년부터 1985년까지 10년치 기사를 공개한다는 기사가 나왔는데요. 앞으로도 갈수록 기사가 디지털화될 테니 굳이 스크랩이 필요없어지는 시대가 멀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아무튼 제가 모아놓았던 스크랩 중에서, 1993년도 신문에 실렸던 만화 관련 기사 몇 가지를 올려보겠습니다. 이게 모아놓은 전부는 아니지만, 마침 1993년 것들이 잘 정리되어 있길래 일부만 촬영해보았습니다.
(이때까지는 정리를 열심히 하던 시절이라…. …빨리 다시 정리를 시작해야 하는데.;;)
▲배금택 선생님의 대표작 『0심이(영심이)』가 서울지하철 4호선 과천대공원역 (현 대공원역)에
가로 10m, 세로 3m의 벽화로 제작된다는 기사. 만화주인공 벽화로서는 처음이라고 써있다.
「스포츠서울」 1993년 4월 16일자. (2009.04.14/촬영:mirugi)
▲서울 YWCA가 선정한 ‘올해의 우수만화작가’로 이두호 선생님이 선정되었다는 기사.
이 당시 서울 YWCA에서는 당시 넘쳐나던 일본만화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의 좋은 만화를 매년 선정해서
발표하고 있었다. 1993년 어린이날에는 한국만화가협회 회원들이 어린이대공원에 모여서
불법 복제된 일본만화를 보지 말자는 캠페인을 연다는 내용도 기사에 실려 있다.
1993년 4월 30일자. (2009.04.14/촬영:mirugi)
▲만화가 조명운 선생님이 신문 의견란에 낸 기사. 내용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만화대본소의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서 큰일이라는 것.
“무화공간이라 할 수 있는 대본소가 마치 범죄의 온상인 것처럼 매도”되고 있다면서,
1991년 통칭 ‘풍속법’이 제정되면서 학교로부터 200m 이내에 만화대본소를 개점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만화대본소를 풍속법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 1993년 7월 28일자.
(2009.04.14/촬영:mirugi)
▲만화가들의 사정을 소개하는 「일간스포츠」 기사. 1인운영의 시사작가에서 프로덕션 체제의 일반작가까지
당시 만화가들의 시스템을 설명하는 기사였다. 한국만화가협회에 등록된 작가수 351명.
유명세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이고, 특A급 작가 중에서는 BMW나 벤츠 같은 외제차를 갖고 골프를 즐긴다는
내용도 나와 있다. 실제로 당시 중견 작가들 중에는 돈을 엄청나게 벌었다는 일화가 많은데,
정작 지금에 와서는 1980년대 말∼1990년대 초반에도 한국만화가 번성했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은
거의 잊혀지고 1990년대 후반의 일본식 잡지만화 전성기만이 ‘한국만화의 전성기’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게 생각된다.
사실 30대 만화팬들이 생각하는 전성기와 40대 만화팬들이 생각하는 전성기,
50대 만화팬들이 생각하는 전성기가 제각기 다르다는 것부터 알고 나서 한국만화의 전성기를
운운해주었으면 싶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추억만 가지고 자기중심적으로 말을 하니,
한국만화는 항상 과거에는 좋았는데 현재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10년전 20년전 30년전부터 계속
똑같이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10년전 20년전 30년전에 매번 똑같이 ‘한국만화는 한때 전성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어렵다’고 하는데, 그럼 도대체 그 ‘전성기’는 언제고 어려운 시절은 대체 언제 간다는 말인지…. -_-
만화에 관해 논할 때 정확한 근거를 들면서 자료에 바탕해서 글을 쓰는 사람이 드물다 보니
엉터리같은 주장까지도 진실처럼 자꾸 유포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2009.04.14/촬영:mirugi)
▲여학생층을 중심으로 순정만화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 1∼2년 사이에 인기가 급성장하여
「댕기」 등 잡지 10여종이 경쟁적으로 창간되었다는 내용이다. 서울문화사 「윙크」 창간을 앞두고
기존의 잡지들이 수성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 [미르기닷컴] 만화잡지 데이터베이스를
참고해봐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1993년을 전후한 몇 년 사이에 창간된 순정만화 잡지의 수가 매우 많다.
그만큼 당시 순정만화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는 것인데, 반면 창간되었다가 금방 없어진 잡지도
그만큼 많다는 점에서 뭔가 하나 된다 싶으면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있던 시장까지 없애버리는
한국 출판계(그리고 만화계)의 단면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느껴진다. -_-
「문화일보」 1993년 6월 21일자. (2009.04.14/촬영:mirugi)
▲역시 순정만화 열풍을 다룬 기사인데, 이번에는 20대 여대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는 내용이다.
「투유」「댕기」「실루엣」「르네상스」「나나」 등 10여종의 순정만화 잡지가 대학서점가에서
때아닌 특수를 맞이하고 있다는데, ‘각박한 현실’을 ‘만화로 위안’받는다는 식의 문구도 보인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아르미안의 네딸들』(신일숙)의 인기가 높다고 되어 있는데,
심지어 ‘요즘 여대생들 중 이 책을 모르는 사람은 간첩’으로 통한다고까지 나와 있다.
덧붙여 이 당시부터 ‘80년대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이데올로기가 빠져나간 90년대식 대학문화’라는 설명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 “이전의 대학생들은 ‘사회’니 ‘역사’니 하는 커다란 개념에 몰두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게 없다”는 한 대학생의 코멘트는,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아즈마 히로키)에서
현대의 오타쿠 문화를 포스트모던의 ‘거대한 이야기’의 소멸로 해석한 것을 연상케 한다.
(하긴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자체가 일본에서는 2001년 발행된 단행본으로, 일본의 1990년대 문화계를
돌이켜보는 내용이었으니 1990년대의 현실이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과 가까운 것은 당연하겠지만….)
「스포츠서울」 1993년 8월 2일자. (2009.04.14/촬영:mirugi)
▲이현세 선생님의 만화 『폴리스』가 KBS TV에서 16부작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기사.
이전부터 만화의 드라마화 시도는 간혹 있어왔지만 단막극이 아닌 미니시리즈 형태의 대작으로
제작되는 것은 처음이라는 내용. 배우를 물색 중이라고 되어 있는데, 결국 1994년 방영된 드라마판
『폴리스』의 주인공은 현재 한류스타로 유명해진 이병헌씨로 결정되었다.
「동아일보」 1993년 8월 24일자. (2009.04.14/촬영:mirugi)
이런 식으로 만화 관련 기사를 스크랩해두었는데, 1993년 이전까지는 주로 TV프로그램란의 애니메이션 소개 기사를 모아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만화를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던 관계로 기사 스크랩도 시작했던 것이었죠….
기사만이 아니라 가끔은 광고도 스크랩해두었습니다.
▲강철수 선생님의 대표작 『발바리의 추억』 단행본 신문 광고.
…그, 그런데 출판사가…! (…)
왼쪽에 있는 것은 ‘스누피’가 등장하는 생활영어책의 광고. (2009.04.14/촬영:mir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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