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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크 나이트』를 보고 왔습니다.

mirugi 2008. 7. 28. 00:26

【미르기닷컴】 영화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의 언론시사회가 지난 2008년 7월 23일에 있었습니다. 『배트맨』 시리즈의 최신작으로서, 지난 2005년에 개봉된 『배트맨 비긴즈』의 속편에 해당되는 작품이죠. 이 영화를 본 개인적인 감상에 대해, 스포일러를 쓰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간단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와 개인적인 감상이 뒤섞여 있어서 조금 읽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만, 칼럼이나 기사가 아닌 만큼 그냥 자유롭게 써보려고 합니다.)

 

▲부천 프리머스 극장에 설치된, 『다크 나이트』 홍보용 설치물. (2008.07.18/촬영:mirugi)

 

 

북미에서는 이미 지난 2008년 7월 18일에 개봉되어, 개봉일 흥행수입 역대 1위(종전 1위는 2007년의 『스파이더맨 3』), 개봉주말 흥행수입 역대 1위(종전 1위는 역시 『스파이더맨 3』), 개봉 후 첫 일주일간 흥행수입 역대 1위(종전 1위는 2006년의 『캐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기록을 전부 갱신했습니다.

 

더불어 평론가들의 호평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1998년 첫 장편 『미행』 이후 『메멘토』(2000년)로 그 충격적인 재능을 본격적으로 선보였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배트맨 비긴즈』로 블록버스터에도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했고 이번 『다크 나이트』를 통해서는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최고의 작품을 내놓았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듯 하군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메멘토』 이후로도 『인썸니아』(2002년), 『배트맨 비긴즈』(2005년), 『프레스티지』(2006년) 등의 작품을 연속적으로 선보였습니다. 어느 작품도 대체적으로 평균 이상의 뛰어난 영화였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이번 『다크 나이트』는 말하자면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품성에 있어서도 훌륭하지만, 블록버스터 영화를 이 정도의 완성도로 만들어낸 것 역시 충분히 평가받을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크 나이트』 보도자료. (2008.07.23/촬영:mirugi)

 

 

돌이켜보면 『배트맨』 시리즈는 수퍼히어로물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영화판 『배트맨』은 첫 시리즈였던 1989년과 1992년의 팀 버튼 감독판(『배트맨』『배트맨 리턴즈』)이 비평면에서도 흥행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부터가 꽤나 특이했죠. 팀 버튼이라는 재능 있는 감독의 연출 덕이 컸다고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만, 어쨌거나 첫 작품인 『배트맨』이 당시 전세계 흥행기록 역대 8위(북미에서의 흥행기록으로는 역대 7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는 점은 특기할 만 합니다. 이 첫 번째 『배트맨』의 흥행기록은, 이번에 『다크 나이트』가 10년만에 기록을 갱신할 때까지 『배트맨』 역대 시리즈 중 최고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다크 나이트』가 주는 놀라움은 단순히 그 흥행기록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차피 북미에서 개봉한지도 열흘 밖에 되지 않았고, 세계 흥행기록은 한국과 일본 등 8월 초에 개봉하는 나라도 많기 때문에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또, 개인적인 평가로는 이번 『다크 나이트』가 한국과 일본에서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니, 2008년도의 흥행 성적만으로도 1위를 기록할 수 있을지도 조금 판단하기 곤란하죠. 한국에서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놈놈놈』)이나 『님은 먼곳에』와 맞붙어야 하고, 일본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절벽 위의 포뇨』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마당이니까요.

 

그러나 『다크 나이트』가 한국과 일본에서 어떤 흥행 결과를 내던 간에, 이 작품이 지닌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가 제게 있어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 라고 묻는다면 사실 답할 말은 별로 없습니다. 2시간 30분이 넘는(152분) 러닝타임에도 지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피터 잭슨의 『킹콩』(2005년)은 3시간이 넘는(186분) 러닝타임이었지만 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습니다. 단순히 긴 영화라면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도 1편 『반지 원정대』는 165분, 2편 『두 개의 탑』은 거의 3시간인 177분, 3편 『왕의 귀환』은 무려 3시간을 훌쩍 넘는 199분이었죠. 사실 ‘긴 영화’는 고전 작품에 많았는데, 『벤허』(1959년)가 212분,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년)가 216분, 『십계』(1956년)가 219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년)는 무려 222분이라는 러닝타임을 기록하고 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다크 나이트』의 러닝타임 152분이 지루하지 않았다는 것만 가지고 이 영화의 블록버스터성을 평가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예고편에도 등장하는 트레일러 뒤집히는 장면이나 아이맥스(IMAX) 카메라로 찍었다는 오프닝을 비롯한 몇몇 시퀀스의 화려한 영상 역시, 단순히 그것만으로 이 영화의 스펙터클성을 논하긴 쉽지 않을 것 같고요. 그렇다면 『다크 나이트』는 왜 (내게 있어서) ‘그렇게나’ 재미있었던 것일까요…. 간만에 아주 재미있게, 152분 내내 흥미진진하게 봤거든요. 어쩌면 그것은, 내가 기본적으로 수퍼히어로물의 ‘팬’까지는 아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용산CGV에 설치된 『다크 나이트』 포스터. (2008.07.23/촬영:mirugi)

 

 

돌이켜보면 그 옛날, 『슈퍼맨』(1978년 작품)을 보았을 때부터 ‘수퍼히어로물’의 팬은 아니었습니다. 영화 『슈퍼맨』이 재미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슈퍼맨이라는 캐릭터를 싫어했던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영화 『슈퍼맨』 시리즈나 『슈퍼걸』 등, 관련 작품은 쭉 보아왔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TV에서 하던 명화극장을 매우 좋아해서, 『슈퍼맨』 시리즈 뿐 아니라 『십계』나 『벤허』, 『포세이돈 어드벤처』 등도 열심히 봤거든요. 그런 연장선상에서 영화 『슈퍼맨』 시리즈는 물론, 드라마판 『헐크』와 같은 작품도 충분히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에 팀 버튼의 『배트맨』(1989년)이나 TV애니메이션판 『배트맨』(1992년 작품, SBS에서 방영 당시에 열심히 녹화했던 기억), 또 미국판 LD를 처음 샀던 추억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배트맨: 판타즘의 가면』(1993년 작품) 등, 『배트맨』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내 맘에 드는 편이기도 했고요. 그런만큼, 최근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필두로 해서 다시 불어닥친 수퍼히어로물 영화들은, 개별 작품들이 하나하나 충분히 내게도 재미있었습니다. 뭐, 그랬으니까 『다크 나이트』도 재미있었던 것 아닌가? 하면 그걸로 끝입니다만;, 그래도 여러 가지 요소들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북미에서도 평가가 높은, 히스 레저의 뛰어난 연기가 인상적인 ‘조커’의 존재가 있겠습니다.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잭 니콜슨이 1989년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그것에 충분히 필적한다고 봅니다. 그래도 어느 쪽이 더 나은가 하는 논의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면밀하게 우열을 가리는 데에는 제가 관심이 없기 때문에…. 어쨌거나 히스 레저의 조커 역시 연기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충분히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블로거는 조커의 뛰어난 연기 덕에 이 작품이 히어로 영화라는 느낌이 없어질 만큼 극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하던데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 분은 또 이렇게도 말하고 있습니다. 

히어로 영화의 팬으로서도, 그냥 일반 영화 관객으로서도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느낌의 영화. 개인적으로 느낀 바를 말하자면, 히어로 자체에 조명이 비춰져서 나오는 묘한 유치함이 없다는 느낌이랄까. (중략) 히어로물에서는 보통 위기의 상황에서 '히어로의 등장'으로 그 위기가 해결될 것처럼 보인다면, 이 영화는 배트맨이 등장해도 별 수 못 쓸 것 같은 불안감과 긴장감이 계속된다. 이건 단지 배트맨이 ‘초능력이 없는 히어로’ 라는 이유에서만은 아닌 것 같다.   by Shooter님

 

 

앞서 내가 ‘기본적으로 수퍼히어로물의 팬은 아니’라고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물론 히어로물의 그 ‘유치함’을 싫어한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나도 충분히 그런 면은 좋아하지만 좀 더 색다른 작품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러고보면 과거에도 골수 『건담』 팬들이 『건담ZZ』를 부정하던 90년대 초반부터 저는 ‘새로운 방향성을 지닌 『건담』’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기억이 있군요. 그 후에도 저는 『V건담』, 『G건담』, 『건담W』 등에 대해 반발하던 국내 PC통신 동호회의 분위기 속에서, 줄곧 새로운 『건담』에 대해 옹호하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과거의 다른 작품이 어쨌거나, 신작이 완전히 새로운 방향성을 표출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 비방할 이유는 없다고 봤거든요. 어차피 새로운 방향성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면, 후속작에서는 다시 새로운 가능성이 모색될 테니까 말이죠.

 

『다크 나이트』가 내 맘에 들었던 이유는 거기에서 찾을 수 있을 듯 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자신만의 새로운 『배트맨』상(像)을 보여주었습니다. 팀 버튼의 그것과도 조엘 슈마허의 그것과도 다릅니다. 그리고 다른 수퍼히어로물들과도 다르고, 아니 다른 ‘영화’들과의 차별성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바로 그 점이,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된 이유인 것 같군요. 굳이 이유를 찾아본다면… 말이죠. (사실 좋아하면 그 뿐이지 ‘좋아하는 이유’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다크 나이트』 홍보용 전단지. (2008.07.23/촬영:mirugi)

 

 

아무튼 저는 『다크 나이트』를 매우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과연 국내에서는 얼마나 흥행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되기도 하네요. 전작 『배트맨 비긴즈』가 작품의 완성도에 비해서는 국내 흥행이 상당히 부진했던 점도 있고 말이죠. (2005년도 개봉 당시 전국 관객 100만명에도 미치지 못했음.)

 

또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영화를 비롯해서 많은 경쟁작들이 있기도 합니다. 『다크 나이트』의 1주일 전 개봉되는 『미이라 3: 황제의 무덤』이나 같은 날 개봉되는 픽사의 애니메이션 신작 『월-E』(이 작품도 역시 북미에서 개봉한 후 매우 평가가 높죠) 등도 있으니 말이죠. 북미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인기가 높았던 『스파이더맨』이나 북미보다도 오히려 국내에서 호응을 더 얻었던 『아이언맨』『핸콕』 등과 비교할 때 전통적으로 『배트맨』을 대접해주지 않던 한국 시장에서, 과연 ‘배트맨’이란 글자를 빼버린(?) 『다크 나이트』에 대해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어쨌든 영화 마지막에 스탭롤이 다 올라간 후에야 처음으로 등장하는 ‘THE DARK KNIGHT’라는 글자에, 그리고 “He is the Dark Knight”라는 고든 반장의 대사에 감동을 받을 수 있는 분께라면 추천하고 싶군요. 더불어서, 기왕 극장에 가실 거라면 되도록 꼭 아이맥스관에서 볼 것을 권유하겠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라고 보거든요.

 

그러면 2008년 8월 6일, 한국에서 『다크 나이트』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뭐, 그렇게까지 ‘진지하게(serious)’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요. ^^;

 

 


 

▼참고로 이번 『다크 나이트』 포스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http://movie.daum.net/moviedetailPhotoView.do?movieId=43569&photoId=195021&naviPageNo=2

 

WHY SO SERIOUS?

  

 

〔아무튼간에 이 글의 최종 결론〕→ 조커의 웃음소리가 매우(!) 맘에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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