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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이의 꿈』 TV 방송시간에 관하여.

mirugi 2005. 10. 20. 16:16
◆관련글:『장금이의 꿈』방영 시간 결정 (2005.10.19/yurui's world in egloos)
◆관련글:mbc '장금이의 꿈' 방영 시간이... (2005.10.19/masakhee. end of twilight.)

오랜만에 국산 tv애니메이션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인기 리에 방영되었고, 지금은 중국과 일본 등에서 한류 열풍을 몰고 있는 드라마 『대장금』을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는 『장금이의 꿈』.

오는 10월 29일 토요일부터 mbc에서 방송을 시작하는 이 『장금이의 꿈』의 방영 시간대에 대해 논란이 많은 듯 합니다. 토요일 오전 8시 25분으로 편성된 것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요. 위 관련글 이외에도 다른 몇몇 커뮤니티에서 시간대에 관한 논란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약간 놀란 부분은, 대부분 너무 이른 시간대라는 점에 있어서 거의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 뿐이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토요일 오전 8시 25분이란 시간대는, 직장인이나 대학생 등 성인층에게 친절한 시간대는 아닙니다. 하지만 주5일 근무제도 있고 프리랜서도 있으며 대학생은 토요일 수업이 없는 경우도 많으니 그다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중고생 등 학생층일 텐데……. 부정적인 의견을 쓰고 있는 것은 대개 학생층과 토요일 오전에 일어나기 힘든 일부 성인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뭐 그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놀란 이유는,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 중 일부는 『장금이의 꿈』이 주요 타겟층으로 '아동'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부정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장금이의 꿈』이 주요 시청자층으로 잡고 있는 것은 무려 미취학 아동이기 때문에 (2005.10.18/스타뉴스) 토요일 오전 8시 25분 방영에 무리가 없습니다. 또한 초등학생이라면야 요즘 토요일 등교시간이 대개 8시 30분인 듯 하니, 8시 25분에 방영되는 이 작품을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겠습니다만…….


그리고 만약 등교시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더더욱, 아침 8시 25분이란 시간 자체는 애니메이션 방영시간으로서 결코 너무 이른 시간대는 아니라고 봅니다.

실은 제가 놀란 부분이 이 점이었는데요. 이 작품이 아동용 타겟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 '초등학생은 등교시간에 맞지 않아서 보기 불편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이른 시간이다'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직장인에게도 아침 8시 25분이 일어나기 힘든 시간대는 아니죠. 휴일이라 늦잠을 자겠다면 모를까.

하물며 문제는…….





……저는 1980∼1985년 경까지 5, 6년 간을 한결같이, 매주 일요일 아침 8시 정각에 일어나서 9시까지 방영된 『은하철도 999』『천년여왕』『들장미소녀 캔디』를 봤거든요. 또 1970년대 말에도 『아이젠버그』 등 주말 아침 일찍 방영된 애니메이션 or 특촬 작품은 많았습니다. 그런 작품들도 별 문제 없이 볼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런 저와 같은 경험을 공유한 세대라면, 아침 8시 25분이 너무 이른 시각이라서 보기 힘들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주말 아침 만화영화'가 사라져 있던 탓에 저보다 연하의 세대에겐 애니메이션의 아침 방영이 익숙하지 않은 것인지……. 하지만 90년대 말까지도 일요일 아침에는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고 있었는데, 이상하군요.
(최근 일요일 아침에 방영된 것은 대개 미국 애니메이션이라 오타쿠 계층에서는 다들 안 본 것인가……. ^^ 미국 부에나비스타에서 제작한 『전사 골리앗』 (원제 『gargoyles』) 같은 것도 일요일 아침 8시에 『디즈니 만화동산』으로 방송되었는데, 저는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어쨌거나 주말 아침 8시라는 것은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애니메이션의 프라임 타임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장금이의 꿈』이 이 시간대로 편성된 것은 크게 무리가 없는 결정이라고 봅니다.





또한 우리와 등교시간이 비슷한 일본만 해도 토요일 아침 8시 30분에 『록맨 에그제』라든가 『미르모데 퐁!』 등이 방영되었고, 초인기 작품인 『햄타로』, 화제의 실사드라마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은 더 이른 시각인 토요일 7시 30분이었죠.
일요일은 전통적으로 아침 7시 30분부터 특촬타임이고, 8시 30분부터는 『두 사람은 프리큐어』가 방영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다만 아무리 '미취학 아동'을 주요 타겟으로 했다고는 해도, 가능하면 좀 더 이른 7시 30분대로 옮겨서 등교 전의 초등학생들도 노렸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은 조금 아쉽군요. 아니면 전통적으로 애니메이션 시간대였던 일요일 아침 8시대를 선택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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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내용】:오타쿠와 시청률.

그것과는 별도로, 저녁 늦은 시간대에 편성되는 애니메이션이 역사적으로 별로 없었다는 점 자체는 (최근(?)에는 mbc의 『심슨 가족』 정도) 저도 개인적으로 불만입니다. 물론 저녁 시간대에 방영을 하려면 타겟층이 '아동'이 아니어야 할 텐데, 문제는 한국에서 아동 이외의 매니아&오타쿠 층이 역사적으로 애니메이션 시청률에 기여를 한 적이 별로 없다는 것 때문에 방송국에서 신임을 잃고 있는 것 아닌가 합니다. -_-


제 나이 또래라면 모두가 기억하시겠지만, 1992년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나디아』는 종영 후 pc통신 게시판을 통해 매니아들이 지속적으로 재방송을 요구했습니다. 실제 1992년 방영 당시엔, 전국민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sbs 『피구왕 통키』에 버금가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방영 종료 후 몇 년이 지나도록 식지 않는 재방 요구가 워낙 거세서 결국 mbc는 3년이 지난 1995년에 재방송을 시작했죠.

그런데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결국 일부 매니아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죠. 방송 전파는 엄청나게 비싼 자원입니다. 결과로 말하지 못하는 매니아들에게 낭비할 전파는 없다는 것이 방송국의 결론이겠죠.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은 아닙니다만 ebs의 『방귀대장 뿡뿡이』 같은 아동용 프로그램은 높은 인기와 시청률, 그리고 2차 판권수입으로 방송국에 떼돈을 벌어줍니다. 그런데 매니아들이 선호하는 애니메이션들은 하나같이 낮은 시청률과 캐릭터신발조차도 못 만드는 처참한 판권수입으로 망하기 일쑤죠. 그런 주제(?)에 일본에서는 히트한 작품이라 라이센스료는 비싼 경우가 많습니다. ……그걸 왜 수입하겠으며, 설령 수입해도 왜 비싼 시간대에 배치하겠습니까.

저녁시간대에 연예 오락 프로그램 내보내면 시청률이 몇십%에 육박하고 스폰서가 줄을 서는데, 애니메이션 틀어봤자 오타쿠들이 시청률 1%나 해줄까 말까고 스폰서도 잘 안 붙는다면, 어떤 방송국이 그 시간대에 애니메이션을 틀어줄까요.


이런 상황 속에서는, 현재와 같이 매니아 대상의 애니메이션은 투니버스, 챔프 등 케이블tv의 애니메이션 전문 방송채널에 기대고, 공중파에서는 『장금이의 꿈』과 같이 미취학 아동용 작품을 방영해주는 정도가 최선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도 현재 케이블tv 채널 중에서는 투니버스가 단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채널이 되어 있고요. 공중파에서는 참패를 면치 못하는 애니메이션이지만, 보다 타겟층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케이블tv에서는 강력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입니다. 일본과 같이 애니메이션 팬층이 넓지 못하고 매니아들이 돈을 쓰지 않아 제대로 힘을 발휘 못하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는, 공중파 방송에서 주말 저녁 시간대에 애니메이션을 보기란 요원할 따름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별로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본은 일본, 우리는 우리니까요. 주말 저녁 프라임타임에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별로 없습니다. 일본만 특이한 거죠.

일본은 공중파에서 애니메이션을 많이 방영한다는 기록이 있다면, 우리는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이 전체 케이블tv 채널 중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점유한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우리라고 꿀릴 것은 없다는 것이죠.


어쨌거나 『대장금』의 후광이든 뭐든, 『장금이의 꿈』이 히트해서 dvd도 나오고 ost cd도 나오고 관련굿즈도 다수 발매되기를 희망합니다. 내가 다 구매해줄 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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